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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동에 있는 DGB대구은행 본점건물. |
지방은행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다. 연내 출범이 목표이고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1967년 국내 최초로 지방은행시대 문을 연 대구은행이 56년만에 '전국은행' 간판을 달게 되는 것이다. 1998년 대동은행 폐쇄 이래 25년만에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셈이기도 하다. 5일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한 대구은행이 속도전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5년만에 대구 본점의 시중은행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기존 5대 시중은행 과점체제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주체가 지방은행이라는 점도 국내 은행권 안팎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쟁 촉진을 외쳐온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을 그 첫 파트너로 점찍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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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인 대동은행 본점 건물. 이 건물은 최근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라는 새로운 발자취도 남기게 된다. 1989년 동남은행(부산 본사)과 대동은행(대구)이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 나란히 설립된 적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8년 나란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동은행은 1998년 문을 닫았고, 동남은행은 같은 해 한국주택은행(현 국민은행)과 합병했다. 이후부터 국내 은행권은 5대 시중은행 중심체제로 운영됐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그동안 5대 시중은행에 밀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은행 체급이 상승하면 그만큼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이는 다시 대출금리 감소로 이어져 금융소비자에겐 희소식이 된다. 기업대출·일반대출 이용객이 늘어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시중은행 전환요건은 이미 갖췄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선 1천억원 이상 자본금이 필요하다. 대구은행은 지난 1분기 자본금이 6천806억원이다. 거리낄 게 없다. 지배구조 요건도 이렇다 할 문제가 없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일반은행 지분보유한도는 4%로 제한된다. 지방은행의 경우 보유한도가 15%로 다소 느슨한 편이다. 대구은행은 여기에 크게 신경쓸 게 없다. 은행 지분을 100% 보유한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8.78%), OK저축은행(8.0%)이 주요 주주다. 산업자본 요건에서 아예 자유롭다는 뜻이다. 부산은행·전북은행의 경우 해당 지주사들이 각각 롯데그룹과 삼양사 등 산업자본 지분을 포함하고 있어 대구은행처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지분정리가 필요하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DGB금융지주에도 큰 의미를 남긴다. DGB금융지주는 2011년 5월17일 출범했지만 BNK금융지주(2011년 3월15일)에 두 달 차이로 최초 지방금융지주 타이틀을 내줬다. 2011년엔 우리캐피탈 인수전에서 전북은행에 덜미를 잡혔다. 투 뱅크 시스템에서도 뒤져 위상에는 적잖이 흠집이 났다. BNK금융지주(부산은행·경남은행), JB금융지주(전북은행·광주은행)은 투 뱅크 체제를 일찌감치 이뤄냈다. DGB금융지주는 2013~2014년 경남은행 인수를 저울질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BNK금융에 내줬다. 이 사안은 지금도 아픔이 가시지 않는 생채기이다. 하지만 DGB금융은 이제 시중은행이라는 강력한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젠 속도전
대구은행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인가신청을 하면 신속히 심사해 전환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속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구은행과 지주사인 DGB금융지주는 시중은행 전환 인가신청 후 곧바로 외부 컨설팅사 등과 함께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선 법률 및 향후 전략검토 등 세부사항을 조율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은행 자체적으로도 이달 중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임시 전담조직'을 꾸려 금융당국의 인가 획득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연내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으로 보인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5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및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중은행 인가를 받아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이라고 못박았다. 본점 이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역민심을 감안한 것으로,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은행 본년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미리 밝힌 셈이다.
전국 영업망 확보로 생기는 이익과 자본은 대구경북 경제에 재투자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기여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충청권 등 보다 넓은 지역에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 회장은 "타지에서 수익을 내면 이를 시드머니로 활용해 지역 사회공헌활동에 더 내실을 기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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