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으로 탈태환골한다.
이는 31년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의 출범이다. 대동은행 폐점이후 25년만에 대구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의 재탄생이라는 상징성도 부여된다. 기존 5대 시중은행 과점체제에 경쟁촉진을 부르짖어온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절차 작업에 적극 힘을 싣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이은 6번째 시중은행의 인가 여부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 거론하며 힘을 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평화은행(1992년)이후 30여년만의 시중은행 진입이자,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의 출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 강원 등에서의 여신(대출),수신(예적금) 경쟁이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만큼 대출을 하는 시중은행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을 염두에 둔 것이다. SC의 대출규모는 45조원으로, 대구은행(51조원)보다 작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올 1분기 자본금 6천806억원)이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자본금 요건(1천억원 이상)은 충족한 상태다. 추가로 살펴볼 부분은 사업계획이 얼마나 타당한 지와 지배구조 이슈 등이다. 현재까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주헌 금융위원장도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 진입확대를 통해 경쟁촉진을 추진하겠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장기간 과점체제를 이어온 5대 시중은행이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은 대출의 63.5%, 예금의 74.1%, 자산의 63.1%를 점유하고 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신청을 하면 신속히 심사를 진행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을 주력계열사로 둔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은 "올해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 인가를 받아도 본점은 대구에 둔다"고 공언했다.
대구은행과 DGB금융지주는 이달 중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는 등 빠른 시일내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연내 시중은행 출범을 목표로 잡은 대구은행은 빠르면 이달이나 다음 달엔 인가신청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돼도 다른 시중은행과 체급차이가 나서 효과적인 경쟁이 어렵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포수는 202개다. 총 수신규모는 59조원, 원화대출금은 50조원이고,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천680억원이다. 이에 김태오 회장은 "성장이란 개념에서도 내밀한 성장이 중요하다. 강소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대구은행은 사이즈는 작지만 시중은행이 하나더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중장기적으론 중요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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