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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계명대 교수) |
경북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고령의 지산동고분군과 김해의 대성동고분군을 비롯, 모두 7곳의 가야고분군이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고향 경북이 자랑스럽다. 가야고분군은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있으며, 가야연맹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특히 지리적 분포, 입지, 묘제, 부장품 등은 주변국과 공존·상생하면서도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한 '가야국'을 잘 보여 준다.
경북은 △석굴암과 불국사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마을) △한국의 산지승원(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한국의 서원(소수·옥산·도산·병산서원) 등에 이어 이번에 가야고분군(고령 지산동)까지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명실상부 역사문화의 보고가 됐다. 이외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교책판(세계기록유산), 하회별신굿탈놀이, 예천 청단놀음이 있다. 만인소(2종)와 내방가사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들 유산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해 지역공동체 브랜드화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선 세계유산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브랜드화에 나서는 한편, 세계유산과 기존 관광지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패키지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또 이들 세계유산을 한곳에 모은 통합 메타버스 공간(가칭 '문화유산의 보고, 경북의 세계유산')을 조성해 관광객의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세계유산을 최다 보유한 경북이 '맏이'로서 세계유산 포럼을 유치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세계유산 관련 협의기구를 창설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콘텐츠 제작·활용을 선도해 K-컬처노믹스의 이니셔티브를 잡아 국가 경쟁력의 중심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들 유산 외에도 경북에 산재한 많은 문화유산의 미래가치를 실현하는 기반을 다져야 할 때가 됐다. 비지정 역사문화자원의 현황을 목록화하고, 문화유산의 멸실과 훼손에 대비한 원형기록 3차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경주·포항의 주상절리와 포항의 뇌록 등의 자연유산 등재에도 나서야 한다. 중요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온전히 보존하며 전승하는 것은 지금 세대의 의무다.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이상의 긴 여정에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경북도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또 한 번 K-컬처의 브랜드 발신지(發信地)로서 위용을 드러낸 셈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가 지역은 물론, 국가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아 나갈 것으로 믿는다. 천천히 가되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북의 힘이라면 충분하다.한만수(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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