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경북도교육감의 사법 리스크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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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3 06:55  |  수정 2023-10-23 06:56  |  발행일 2023-10-2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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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형사재판을 받는다고 모두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는 것만으로 피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물론 진영 논리가 작동하는 정치적인 사건은 별개다. 그래서 진영논리가 전혀 없는 사건으로 재판받는 선출직 인사를 보는 것은 유권자로서 매우 불편하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을 이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필자의 주변에는 제법 있다. 이들은 임 교육감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경북교육정책이 흔들릴까 우려한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확정 판결이 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1심 판결이 나는 데까지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임 교육감은 지난 6월22일 뇌물수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6월 실시된 교육감 선거 때 캠프 관계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가를 경북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감이 인사권을 갖는 교육공무원들이 교육감 대신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이자 교육감 직무 관련 뇌물 공여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임 교육감은 지금까지 두 번 법정에 출두했다. 두 번째 공판이 열린 9월26일, 임 교육감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별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라 증거능력이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이에 재판부는 "수사절차의 적법성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면서 재판을 마무리했다. 11월14일로 예정된 세 번째 공판에서는 임 교육감이 받는 혐의에 대한 공방이 아니라 증거능력 다툼부터 벌이게 됐으니, 재판은 장기화할 것 같다. 재판이 장기화한다는 것은 임 교육감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다는 말이다. 당연히 임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경북도교육청 조직 자체에 누(累)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임 교육감의 두 번째 공판 다음 날,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교육부의 감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교육부가 경북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작년 11월21일부터 12월2일까지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 경북교육청이 직원들에게 원로교사 수당, 명절 휴가비 등 3천여만 원을 부당 지급해 전액 회수했다는 내용이다. 경북도교육청 직원 11명에 대해서는 경고, 42명에게는 주의를 줬다고도 했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 착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임 교육감의 재판과 오버랩 되면서, 감사 결과는 경북도교육청의 청렴도에 의문을 갖게 했다.

또 경북도교육청은 9월27일 '임 교육감이 생애주기별 인성교육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유아·초·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인성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생애주기별로 체계화해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는 "생애주기별 인성교육이 학생들의 인성역량 함양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는 임 교육감의 코멘트도 곁들였다. 하루 전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임 교육감이 유아부터 성인들의 인성교육을 운운하는 게 공허하게 들린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경북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끊임없이 재판에 출두하는 임 교육감을 봐야 한다. 임 교육감의 사법 리스크가 경북 학생들의 학습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안타깝지만 오랜 시간 사법 리스크에 노출될 경북 교육계의 수장을 봐야 하는 게 지금 경북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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