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총리의 남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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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30 07:05  |  수정 2023-12-12 10:13  |  발행일 2023-10-3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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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작년 10월에 이탈리아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으니 조르자 멜로니(46)다. 그녀의 참 마뜩잖은 동거남 이야기다. 2014년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안드레아 잠브루노(42)라는 남성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 그녀는 바나나를 먹었다. 얼마 후 그 남자가 갑자기 바나나를 뺏자 곧 카메라가 그들을 다시 비췄다. 하마터면 바나나가 나갈 뻔했다. 사랑이 싹터 가정을 이루었고 슬하에 딸 하나를 두었다. 멜로니가 총리가 되자 그 남자도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경망스러움에 사람들이 놀랐다. 한번은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은 술에 너무 취해 늑대에게 발각되는 일이 없어야 해요'라고 했다. 성난 사람들이 총리에게 몰려가니 총리는 깜찍했다. '그의 말이 그 아내의 생각은 아니잖아요. 그가 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를 더 공격하는 것도 공평치 않아요.' 그는 또 '오늘의 일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이에 동료 여성앵커에게 지분거렸다. 자신의 사타구니를 움켜쥐는 음탕한 시늉을 하는가 하면 푸른 블라우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 뒤 '왜 나는 당신 같이 똑똑한 여성을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했다. 화목한 가정의 가치를 주장해 온 총리로선 얼굴이 화끈했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행복했던 세 가족의 사진을 올리고는 그런 '찬란했던' 시간과 딸을 갖게 해 준 것에 대해선 감사하고는 결별을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총리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이런 일로 자신을 궁지로 모는 것은 물방울을 떨어뜨려 바위를 뚫으려는 격이라고 미리 일침도 놓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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