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겨울이 열린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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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4  |  수정 2023-11-24 07:56  |  발행일 2023-11-24 제11면
영화 '렛미인' 통해 북유럽 영화만의 매력 만끽

생소한 배경·연출…낯선 분위기가 주는 신비함

'스웨덴 영화제' 통해 새로운 세계 만나 볼 기회

겨울, 북유럽 영화의 매력 속으로

커버스토리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겨울이 열린다

하얗게 눈이 쌓인 밤, 외로운 소년 오스칼과 소녀 이엘리의 만남. 북유럽의 차가운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그 이야기는 참 아름답고도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많은 영화를 접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내 영화적 세계를 확장시키는 듯한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미인'은 그런 극적인 순간에 만난 영화 중 하나다. 어떤 영화들은 '감동적이다'라거나 '슬프다' 혹은 '기발하다'라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어울리는 말을 찾자면 '기가 막히다' 정도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렛미인'은 기가 막힌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그랬고, 처음 보는 듯한 연출 스타일이 그랬고, 소년과 소녀의 운명이 그랬다. 오스칼과 이엘리의 첫 만남처럼 영화는 잔인할 만큼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

그 강렬했던 '렛미인'의 기억 때문일까.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스웨덴, 더 넘어 북유럽 영화와 감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을 핑계로 북유럽 영화에 한번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다.

북유럽권 나라에선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매력적인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잉마르 베리만, 라스 폰 트리에, 라세 할스트롬 등 북유럽 출신의 걸출한 영화감독들의 영화는 특히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북유럽은 '카모메 식당'(일본), '남과 여'(한국) 등 아시아 영화의 매력적인 배경이 되기도 했다.

북유럽이라고 해도 나라가 다르고, 감독이 다르고, 장르도 다르기 때문에 북유럽 영화의 특징을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만들어진 낯선 분위기의 영화가 주는 매력이 확실히 살아있다. 그토록 긴 겨울도, 백야와 극야도, 드넓은 설원도, 그리고 그 속의 삶도… 이곳에 사는 우린 가져보지 못한 환경과 정서일 테니까.

다만, 북유럽 영화를 국내 극장에서 만나기는 쉽지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 영화에 비해서는 우리나라 개봉작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스웨덴 영화제'가 개최돼 스웨덴의 다양한 영화들을 접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영화제에서는 최신작을 비롯해 다양한 스웨덴 영화들이 상영됐다. 캐릭터 영화, 실존 인물에 관한 전기영화, 블랙 코미디까지 그 장르도, 주제도, 접근법도 다채로운 10편의 영화가 소개됐다. 스웨덴의 넓고 깊은 영화 세계만큼이나 상영작들의 개성도 강했다.

개막작은 가족에게 닥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려는 소녀의 용감한 성장기를 그린 '코미디 퀸'(감독 산나 렌켄).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자신과 아버지를 구하기로 결심한 사샤의 계획이 관객에게 눈물과 미소를 함께 선사했다.

사미족 여성 예술가 브리타 마라카트-라바의 시적이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미 스티치'(감독 토마스 잭슨)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사미족은 사프미라는 곳에 거주하는 토착 원주민으로, 스웨덴의 소수 민족 중 하나다. 사미족의 철학, 그리고 브리타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귀 기울이다 보면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넓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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