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고교야구 전성기…경북고·대구고 '전국 호령'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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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1 07:56  |  수정 2023-12-21 07:56  |  발행일 2023-12-21 제18면
[2023 지역 스포츠 결산] <하> 고교야구 영광의 시간
경북고 30년 만에 '청룡기' 정상…대구고 '봉황대기' 네번째 우승
전미르 전체 3순위 등 13명 프로행…전면 드래프트 후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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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대구고 선수들이 손경호 감독을 헹가래 치며 환호하고 있다. <대구고 제공>

바야흐로 '대구 고교야구 전성시대'다. 올해 야구도시 대구의 자존심을 살린 것은 고교야구였다. 몇 년째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프로 형님과는 달리 고등학생 동생들은 전국 대회를 연달아 우승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구는 전통의 강호 경북고와 대구상원고(옛 대구상고)를 비롯해 신흥 강호인 대구고 등 3개 고등학교가 야구부를 운영 중이다.

전통의 강호 경북고는 30년 만에 청룡기를 다시 품에 안으며 '고교야구 4관왕' 신화를 재현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 고교야구 최고 강자로 우뚝 선 대구고는 다시 한번 명성을 확인했다.

또한 상원고도 고교야구 전반기 주말리그 경상권에서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대구 삼대 고교 야구팀의 선의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대구 고교 야구가 다시 전국을 호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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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물금고와 경북고의 결승전에서 9회초 경북고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

◆경북고·대구고, 전국대회 잇단 제패

경북고는 지난 7월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30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1993년 48회 대회 이후 30년 만의 쾌거다. 경북고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고, 서울고, 강릉고, 장충고 등 서울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우승했다.

청룡기 최고의 스타의 자리로 승천한 전미르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전미르는 투수 자격으로는 이 대회 최우수선수상과 수훈상을 받았다.

1920년에 창단된 경북고 야구부는 올해로 103년째를 맞았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대구의 맹주' 경북고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팀(22회)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2위는 경남고(18회), 3위는 광주일고(17회)다.

경북고의 우승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구고의 우승 소식이 이어졌다.

대구고는 지난 9월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세광고와 결승전에서 대회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며 통산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8년과 2010년, 2018년 우승 이후 5년 만의 패권 탈환이다. 이로써 2000년 이후 최다 우승팀이 됐고 2000년대와 2010년대, 2020년대에 모두 우승한 최초의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통산 4회 우승은 북일고(5회)에 이어 공동 2위다.

올해 전국대회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대구고는 봉황대기 결승까지 진출해 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세광고의 투수력에 밀려 0-2로 끌려가던 대구고는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2사 2·3루에서 5번 타자 양현종(2년)이 세광고의 초구를 노려 쳐 우중간을 가르는 극적인 동점 2루타를 쳤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간 대구고는 10회초 수비에서 삼중살 플레이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고, 10회말 1사 만루에서 이찬(3년)이 몸을 던져 공에 갖다 대는 일명 '개구리 스퀴즈 번트'로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동점 2루타 주인공인 양현종은 대회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동시에 최다 타점상(17개)도 받았고, 타율은 5할(20타수 10안타)을 찍어 타격 3위에 올랐다.

학교의 상징인 백호가 새겨진 특별 유니폼을 입고 봉황대기 결승전 승률 100%를 이어간 대구고는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배찬승(2년)과 결승전 마지막 투수 김민준(1년) 등 좋은 재목들이 많아 2024년에도 충분히 우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프로지명 최다 배출 기염

이 같은 대구고교의 호성적은 많은 지역 출신 선수들의 프로행으로 이어졌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대구경북 고교야구 출신 선수 13명(대구 11명, 경북 2명)이 지명된 것. 이번 드래프트에서 연고지역 구단인 삼성에서 2명을 지명했고, NC 4명, 두산·롯데·kt가 각 2명, 한화가 1명 등 모두 13명의 지역 고교출신 선수들을 데려갔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110명의 선수들 중 지역에서만 13명이 나왔다.

고교별로는 경북고가 6명(수성대 박준용 포함), 상원고가 3명, 대구고가 2명, 포항제철고와 경주고가 각각 1명씩을 배출했다.

지난해 이로운(SSG)·김정운(kt) 등 대구고에서 1라운더 두 명을 배출하긴 했지만 이번 드래프트만큼 지역 선수들이 프로에 직행한 적은 전면드래프트 시행 이후 처음이다.

이는 올해 지역 고교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잇따라 휩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는 투수 박준용(수성대)에 2라운드 전체 14번 지명권을 행사했다. 이어 7라운드에서 투수 신경민(대구고)까지 지명하며 올해 드래프트에서 뽑은 10명 중 지역 출신 선수만 2명 지명했다.

'투타겸업' 전미르(경북고)는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받았고, 투수 임상현(상원고)은 2라운드 전체 15위로 NC 다이노스가 지명했다.

3라운드에서 내야수 임종성(경북고)과 내야수 이호준(상원고)이, 4라운드에선 외야수 강태완(상원고)과 투수 홍유원(대구고)이 지명됐다. 이어 내야수 김세훈(경북고), 포수 이승현(경북고), 투수 김준원(경북고)까지 대구 내 학교에서 11명이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경북에선 포항제철고를 거쳐 동의대에 재학 중인 투수 최윤서와 외야수 신호준(경주고)을 kt가 지명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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