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파이밸리 프로젝트' (상)] '시스템 반도체' 모빌리티·통신 등 미래산업 날개단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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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2 08:01  |  수정 2024-01-02 08:02  |  발행일 2024-01-02 제17면
메모리 시장보다 규모 1.5배 커
실리콘 한계 극복'화합물 반도체'
SiC반도체 수요 80%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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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지역에서 배출한 반도체분야 고급전문인력을 수도권에 수십 년간 헌납해 왔다. 변변한 반도체관련 산업 인프라가 없어서다. 이제 그 산업 판도를 뒤엎으려 한다. 방향성과 공략지점은 정해졌다. 수요가 무궁무진한 '화합물에 기반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가 그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소품종·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한 수도권 대기업들이 독점하는 메모리 반도체분야와 차별화하면서 틈새시장도 견준다. 다품종·소량생산 체제를 토대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차량용 반도체)는 물론 통신, 전력, 방산 등 활용도가 큰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택했다. 수요자의 지속적 요구 -특화 설계(팹리스)-위탁 생산 체계(파운드리) 구축이 이른바 대구경북형 반도체 육성 전략 'π밸리 프로젝트'의 핵심 골격이다.

◆시스템 반도체 정조준

반도체 산업 태동기에도 수요자(시스템 기업)의 다양한 반도체칩(Chip) 요구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복잡하진 않았다. 그래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공통사용 부품인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치중했다. 이들 대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기존 수도권에 계속 대규모 생산라인을 깔고 협력기업을 끌어모으는 '고집적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국내 수출비중(25%)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변동에 휘청된다. 제품판매가는 쉼 없이 등락을 반복했다.

시장은 시스템 반도체 쪽이 훨씬 크다. 순수 메모리 시장 비중은 30%인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70%다. 시스템반도체는 각종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나 알고리즘을 통제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C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그래픽 장치, 통신용 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제품군이다. 최근 시스템 사용자의 요구는 더 다양해졌다.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메모리 반도체를 압도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보다 약 1.5배 크고 경기변동 영향도 덜 받는다. 차량용 ·통신· 로봇·항공우주·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육성엔 필수요소이다. 향후 이들 첨단업종 기업들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폭발할 것이 자명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시스템반도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고작 3.1%(2022년 기준)다. 8년째 3%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기형적인 구조다.

◆왜 화합물 반도체인가

반도체물질로 처음 사용된 원소는 게르마늄이다.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보편적 사용엔 제약이 많았다. 자연스레 특성이 우수하면서 가격도 싼 실리콘(Si)이 그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고온 등 극한 환경 속에서 버티는 힘이 완벽하지 않았다. 단일원소 물질의 한계성을 드러낸 것. 결국 2가지 이상 원소를 결합시킨 '화합물 반도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갈륨비소(GaAs) 기반의 웨이퍼(기판)로 만든 부품이다. 고온·고전압·고주파 환경 속에서도 내성이 강하다. 전력 공급 및 배분 과정에선 전력손실을 감소시킨다.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처럼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활용도 및 기업 수요 확장성·시장성이 좋고 판매단가도 높게 받을 수 있다. 고전압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SiC 반도체는 이미 전기차에 적용될 정도로 보급이 빠른 편이다. 현재 SiC반도체 수요의 80%(재생에너지 20%)는 전기차가 차지한다. 주로 전력 모듈장치인 인버터, 컨버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많이 활용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를 보면 내연기관차(반도체수 200~300개)→전기차·자율주행차(2천개 이상)로 전환되면 SiC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전망이다. 고속철도에 쓰이는 전력용 반도체에도 SiC물질이 적잖이 활용되고 있다.

고주파에도 잘 견디는 GaN반도체는 6세대 통신, 양자 컴퓨터에 사용될 RF(무선 주파수)장비와 각종 전력 변환장치에 탑재될 여지가 많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SiC가 GaN보다 시장규모가 5배 크지만, 성장률은 GaN이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본다. GaAs도 GaN과 함께 고주파 신호처리가 양호해 미래 RF 통신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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