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TK 갈라파고스 동조하는 여야

  • 임호
  • |
  • 입력 2024-03-14 06:52  |  수정 2024-03-14 06:53  |  발행일 2024-03-14 제23면

2024031301000412100017171
임호 서울 정치부장

정치권은 하나 같이 대구·경북(TK)을 '보수의 심장'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뒤돌아서서는 '보수의 갈라파고스'라 비아냥거린다. 이번 4·10 총선을 보면 TK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갈라파고스화되는 것 같다. TK의 보수 색채는 갈수록 짙어지고, 진보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청년층 유권자 상당수는 이번 총선에 무관심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이 야권이란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나 TK를 '험지'라 말하며, 지역주의 타파 1순위로 꼽는다. 하지만 "표 안 나오는 곳에 힘쓰지 않겠다"는 의지만 분명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선에도 TK에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무게감 있는 야권 도전자가 없다.

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필자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한쪽으로 치우친 지역은 정치 상황에 따라 극심한 부침을 겪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국비 사업과 기업 유치이다. TK의 경우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각종 사업에서 숨통을 트겠지만 반대 상황이면 어려움에 봉착한다. 정부·기업의 지원에 일관성이 없으면 지역 경제도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공교롭게도 정치적 편식이 가장 심한 대구와 광주는 대한민국 광역시 중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전국 꼴찌를 두고 경쟁 중이다.

야권은 TK가 진보의 무덤이라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진영의 노력 부족에 무게를 두고 싶다. 예로부터 '장인은 장비 탓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봐도 알 수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TK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22.7%의 지지를 보냈다. 19대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도 21.75%란 적지 않은 지지를 보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대 총선에선 당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던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62.3%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대구 북구을에 출마한 진보성향의 홍의락 후보도 52.3%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진보진영에 TK는 농사짓기 불가능한 돌밭이 아니라 땀 흘려 노력하면 기름진 농토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힘겹게 돌 치우고 농사짓기보다 손 쉬운 텃밭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TK 25개 전체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내기도 벅찬 상황이다. 대구의 경우 진보정당 연대를 통해 11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경북은 13개 중 10개 선거구에만 후보를 낸 상황이다. 오죽하면 '경산 12시 청년들'이란 지역 청년단체에서 민주당에 경산 지역 후보를 내달라며 성명서까지 냈을까.

지난해 12월 대구를 방문한 당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 국회의원을 '살찐 고양이'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진보진영도 함께 새겨들어야 한다고 본다. 진보진영은 지금이라도 지역에 젊고 패기 있는 청년 정치인을 발굴, 키워야 한다. 이들이 TK에서 진보진영 '적자(嫡子)'가 될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또 TK와 인연이 있거나 본인 의지만 있다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중량급 정치인도 지역 출마를 도와야 한다. 이런 노력을 했을 때 민주당 등 진보진영 정당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진정한 의미의 전국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