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잡아놓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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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2 07:00  |  수정 2024-03-22 07:01  |  발행일 2024-03-22 제26면
한 정당에 맹목적 지지는
지역 유권자의 권리 제약
선거마다 잡힌 고기 전락
"투표 끝나면 다시 노예"
스스로 주인 의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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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경북본사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가 불 보듯 뻔하게 진행되고, 결과도 이미 예측된다면 지역의 발전과 개인의 삶엔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아마 이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오는 4·10 총선에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좀 더 경쟁토록 해 끝까지 선택의 기준을 냉정하고 날카롭게 설정해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야망을 이루어주는 유권자가 아니라, 유권자의 희망을 대리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이미 정해진 정당이나 정해진 후보에게 '묻지마식 지지'를 해온 것에 대한 정치적 풍자이고 반성이다.

선거철 TK 지역의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이 대폭적인 물갈이를 해왔다는 점이다. 보수 정당이 그동안 물갈이의 지표를 높이기 위해 활용해 온 지역이다.

공천도 항상 막바지에 결정해 왔다. 정치권의 각종 구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 끝까지 이런저런 '말 놓기'를 계속하다가 결정하기 일쑤였다.

의아한 건 그렇게 내린 결정에 대한 저항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TK가 잡아놓은 물고기로 전락해버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사실 공천은 지역 주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 같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K에선 보수와 진보 정당 간 경쟁이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도 지역 주민들의 뜻이라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당이나 후보자 선택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당이나 사람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된다. 문중 따라가기, 당에 대한 충성도 등으로 이뤄진 평가나 선택은 경계해야 한다.

'묻지마식 지지'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을 불편하고 안일하게 만드는 일일뿐만 아니라 주권자로서 우리의 권리도 제약당하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당 내에서 경쟁을 좀 치열하게 하고 유권자들이 날카로운 분석과 기준을 갖고 선별한다면, 유권자인 우리에게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선거국면에선 정당 간 경쟁, 그게 불가능하다면 정당 내 경쟁을 치열하게 거치도록 해 그 선택을 유권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거다.

힘들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정체성의 정치를 유지한다면 지금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사회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우리는 투표장에 들어가서만 주인이고, 투표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노예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라는 말을 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일부에선 민주주의 제도보다 더 좋은 제도가 아직 없어 한계가 있는 줄 알면서도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만큼이라도 유권자인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변이나 남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은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오는 4·10 총선에서는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판단했으면 한다.
피재윤 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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