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영주 성혈사, 연꽃·모란 활짝 핀 韓 화엄의 초전지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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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0  |  수정 2024-05-10 08:17  |  발행일 2024-05-10 제14면
제자 지통 '추동기' 저술 장소
한국 대표적 사찰 꽃살문 소유

[부처님 오신 날] 영주 성혈사, 연꽃·모란 활짝 핀 韓 화엄의 초전지
나한전 연지수금 꽃살문(왼쪽)과 통판 투조 모란 꽃살문. <영주시 제공>

의상 법사가 부석사를 창건하기 전 소백산의 깊은 골짜기 비로봉 밑에 풀로 엮은 초막과 굴속에서 머물며 제자들에게 '화엄경'을 가르쳐 '1초암(草庵), 2성혈(聖穴), 3부석(浮石)'이란 말이 예로부터 구전돼 내려왔다.

제자 지통이 저술한 '추동기(錐洞記)'에 따르면 법사는 소백산 추동에서 90일 동안 3천여 명에게 화엄경을 강설했다고 한다. 현재도 성혈사와 가까운 덕현·점마 근처를 추목동(錐木洞)이라 부른다.

'추목'이란 숲의 나무가 송곳처럼 빽빽하게 자라듯 수많은 스님이 송곳처럼 모여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부에서는 '추동기' 저술 장소를 풍기 영전사 근처라 하지만 성혈사가 추동기 저술 장소로 한국 화엄의 초전지(初轉地)로 여겨진다.

성혈사라는 이름의 '성혈(聖穴)'은 사찰의 남쪽 근방에 굴이 있는데, 이 굴에서 옛날에 성승(聖僧)이 나왔다 해 붙인 이름이다.

소백산 옥녀봉 동쪽 골짜기에 있는 영주 성혈사의 불전인 나한전(羅漢殿, 보물 제832호)은 석조 비로자나불과 나한 16위를 모신 법당으로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다포식 맞배지붕 건물이다.

나한전이 중창된 1634년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한전의 꽃살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찰 꽃살문으로 손꼽힌다.

특히 세 짝의 통판 투조 꽃살문은 최고의 꽃살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통판 투조는 통 판자에 꽃문양을 투조(透彫)해 완성한 것을 문살 위에 붙여 만드는 방식이다. 별도의 문살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꽃살문 자체만으로 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연지수금 꽃살문

먼저 가운데 두 문짝은 연꽃이 핀 연못에 여러 가지 새와 어패류들이 노니는 모양을 표현한 연지수금(蓮池獸禽) 꽃살문이다. 각각 네 개의 세로 판자에 투조해 만든 꽃살문을 빗살 위에 붙인 형태이다.

두 개의 문짝이 전체적으로 대칭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다르다. 왼쪽 문짝을 보면 가장 아래쪽에는 물고기들이 연잎과 연꽃 사이에서 노닐고 있다. 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잎과 연꽃의 모습도 다양하다. 40송이 가까이 되는 연꽃은 작은 봉오리부터 갓 피기 시작한 꽃, 만개한 꽃, 연밥을 머금은 것 등 다양하다.

오른쪽 문짝의 세계엔 물고기와 백로에다 게 두 마리, 개구리(맹꽁이)가 있다. 위쪽에는 구름을 타고 날고 있는 용도 있다. 그 위에는 새 한 마리가 금방 잡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다.

◆통판 투조 모란 꽃살문

오른쪽의 두 문짝은 대칭의 정형을 벗어난 파격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두 문짝 중 왼쪽 것은 가운데 어간 왼쪽 문짝과 같은 꽃살문이지만, 오른쪽 문짝은 중복되는 모란 문양을 배경으로 중심에 큼직한 모란 한 포기를 통째로 새겨 장식하고 있다. 세 쪽의 판자로 크고 작은 꽃과 잎, 줄기가 있는 모란을 사실적으로 새겨 빗살 위에 고정해 놓고 있다.

10송이 꽃이 있는 모란 한 포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모란꽃살문은 원근감과 입체감도 살려내고 있다. 제일 아래쪽의 큰 모란꽃은 정면을, 그 좌우의 꽃은 작게 표현하고 옆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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