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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10년의 세월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 관계자들과 함께한 박지음(오른쪽 둘째) 소설가. 박 작가는 출간 후 영화 '바람의 세월'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박지음 소설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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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이 남다른데.
"소설의 모티브는 2014년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다. 그때 나는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새내기 소설가였다. 또 전남 진도 출신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그해, 아이들을 돌보느라 참사의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제대로 된 소설도 쓰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내 아이들이 자라고 그때 그 아이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내 아이들에게 남겨 줄 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로서 내 고향, 내 바다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채무감도 있었다.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그때의 일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다."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가 흥미롭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 예멘 혼혈 소녀 '신율'과 70대 노인 '라한', 외국인 해체 노동자 '옴'이다. 신율은 세월호 선체가 놓인 목포에 취재를 갔다가 우연히 만난 흑인 혼혈 소녀에게서 비롯됐다. 소설 속에서 신율은 우주선 사고로 언니를 잃고, 도시에서 편견에 시달리다 지방의 항구 도시로 온 소녀다. 외국인 노동자 옴은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 숙소에서 쫓겨나 해체 중인 우주선에 숨어서 생활한다. 언니의 죽음으로 슬퍼하던 신율은 옴의 비밀을 알고 난 후 밤이면 우주선에 놀러 온다. 신율은 옴에게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라한은 해체 중인 우주선의 감독관이면서, 과거 참사 진상규명 중 상처를 받았던 인물이다. 소설은 이들이 해체 중인 우주선을 중심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우주로 간 고래'라는 작품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소설 속에서 해체되는 우주선이 고래 모양으로 생겼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상처를 치유하며 고래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여행할 꿈을 꾼다. 이 작품을 쓰면서 세월호 참사로 힘들었을 가족들에게 일상을 돌려주고 싶었다. 10년 동안 아파했을 그들을 고래 모양의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여행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이번 소설에 담겨 있다."
▶작품으로 말하고 싶은 주제와 가치관은.
"요즘 가장 깊이 생각하는 것은 공적인 가치이다. 편협과 불공정이 심화되는 사회지만, 반대편에서 양심을 지키고 선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만났던 분들이 그들이다.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는 그 몇몇이 공적인 가치의 선을 지켜내는 것 같다. 나는 늘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남들이 안 하면 내가 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이번 소설도 이런 마음으로 완성했다."
박 작가는 출간 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10년의 세월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이번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침몰 10년, 제로썸'이 상영된 전주국제영화제에도 함께했다. 제8회 전주시 인문주간 행사에도 초대되어 '우주로 간 고래'를 이야기하며 인문콘서트를 가졌다. 오는 27일에는 경북 청도 영담한지미술관에서 김미옥 문예평론가와 함께 북토크도 예정되어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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