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톺아보기] 몬태나 주의 자살률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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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7 07:34  |  수정 2024-06-17 15:42  |  발행일 2024-06-17
[박재열의 외신톺아보기] 몬태나 주의 자살률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박재열의 외신톺아보기] 몬태나 주의 자살률

미국 몬태나 주는 땅이 하도 넓어 숨이 막힐 정도다. 황금빛 고원 위에 산들이 톱날 같이 솟아 있다. 거대한 구름 그림자가 광활한 대지를 스친다. 먼지를 일으키며 차가 지나가면 소떼가 일제히 고개를 든다. 이 '마지막 남은 가장 아름다운 주'의 면적은 남한의 3.8배가 되는데 인구는 고작 112만 명이다. 사람이 그립고 외로운 곳이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 부자들은 마스크착용, 예방접종을 피해 이곳을 택했다.


이 꿈같은 주가 미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햇빛을 적게 받아 비타민 D의 부족으로 우울증이 생긴 것일까? 이 주의 독거노인, 퇴역군인, 원주민들이 알코올중독, 마약중독에 빠진 비율이 높다. 이 주에선 1년에 대략 320명이 자살하는데 와이오밍이나 뉴멕시코 같은 산악 주도 비슷한 자살률을 나타낸다.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총으로 목숨을 끊는다. 사실 총이 남보다는 자신을 죽이는 데 더 많이 사용된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총기를 구할 수 없다면 자살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욱하는 마음이 가라앉는 시간을 벌려고 방아쇠에 자물통을 채우거나, 열쇠를 친구에게 맡기거나, 그것을 냉동실 쟁반에 얼려 놓기도 한다. 만약 한 사람이 자살사건에 노출된다면 그 자신도 극단적 행동을 동경하게 되고, 땅덩어리가 커서 911에 응급전화를 해도 한두 시간 뒤에 오는 것도 문제다. 청소년도 만만치 않다. 10대 중 1/3이 우울증으로 결석을 하고, 열 중 하나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다. 원주민보호구역의 원주민의 경우 150년간 시달린 문화적 역사적 트라우마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데 그 비율이 평균의 2배에 이른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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