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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경북본사 |
최근 제12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함께 새로운 원 구성을 마무리한 경북도의회가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아 참배하며 본격적인 후반기 의정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왜 그럴까. 최근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임명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선 당연한 것 아닐까 싶다. 의장단 선거니, 새로운 원 구성이니 하면서 정작 집행부가 도의회 전체를 싸잡아 무시한 것 자체를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체면상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인지 솔직히 궁금하다.
지난 1일 도의회는 의장단 선거로 오전부터 어수선했다. 이 같은 타이밍을 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집행부는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에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를 임명했다. 영남일보 독자라면 모두 다 알 것이다. 그가 지난 5월 열린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합 의견이 나왔던 인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면 도의회 의견에 후속 조치 없이 한 달여 동안 꿈쩍 않던 집행부가 이날 기습적으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일각에서 '꼼수 임명' '기습 임명'이란 반발이 쏟아졌다. 청문회에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집행부는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도 샌다"는 말이 있다. 날짜는 계속해서 지나가는데 임명 철회 등의 후속 조치가 없다는 것은 집행부가 애초 뜻대로 강행 처리하겠다고 이미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을 도의회 안팎에서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집행부가 후반기 의장단 교체 시기에 맞춰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았다. 기가 막힌 것은 정 대표의 임명 사실을 다음 날까지 도의원 대다수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뒤늦게 사실을 안 도의회의 반응은 더 의아스럽다. 집행부를 상대로 아주 강하게 반발하거나 최소한의 해명요구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기진 도의원이 개인 성명서를 내고 항의하는 정도였을 뿐, 대다수 도의원이 '나몰라라'식의 반응이랄까. 전반기 도의회에서 있었던 일로 치부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고작 도의회 초대 대변인을 통해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다'는 정도의 확약서 같은 지침서를 집행부에 요구한 정도였다. 한마디로 '항의했다'는 시늉만 한 것이다. 그나마 이 어필도 집행부는 추후 청문회에선 대응단을 꾸려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는 뜻 정도만 전달하고 문서화 자체는 거부했다. 물론 지방자치법 제47조 2조항을 살펴보면 인사청문회가 강제성을 갖진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도의회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바라는 것은 시늉이 아니라 도민을 대표하는 의회로서의 당연한 요구였다. 솔직히 도의회 위상 정도는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전반기 도의회에서 처리했어야 할 일이 아니라 후반기 도의회라도 전체 위상과 권위를 생각한다면 전·후반기를 따지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챙길 것은 챙기자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의든 실수든 이미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패싱 아닌 패싱을 당해 도민에게 면목이 없을 정도로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을 텐데, 후반기 시작과 함께 또다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조차 하지 못하는 도의회가 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피재윤 경북본사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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