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한국에서 땅덩어리가 가장 넓고, 바다와 산이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창업한 이유에 대한 도원우 리플레이스(RE:PLACE) 대표의 명료한 답이다.
리플레이스는 이름 그대로 새 공간을 만드는 업체다. 청년들만의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공간에 덧입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지역의 유휴 공간을 관광 명소로 만드는 '공간 기획'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 7년째, 문경을 기반으로 한 리플레이스의 사업은 다른 시·군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도원우 대표와 동료들은 2017년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경북도 사업을 계기로 문경에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리플레이스는 문경에만 5개 사업장을 냈다. 한옥스테이와 카페를 겸한 '화수헌', 베이커리 카페이면서 여행 안내소이기도 한 '산양정행소'가 대표적이다. 셀프 스튜디오 '볕드는 산'과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봉오리 셰어하우스', 로컬 소품·식품을 판매하는 '마켓 화수헌'도 운영한다. 산세가 좋은 영양에 한옥 F&B '연당림'을 조성했고, 전남에는 '광지주'라는 자회사를 차렸다.
도 대표는 "창업 초기에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시키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지자체와 네트워크를 확보해 그 곳에서 방치되고 있는 한옥 등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한 사업 제안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유휴 공간 활용의 선순환 효과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리플레이스는 화수헌과 산양정행소 등 문경 사업체 방문객 수만 연간 10만명에 달하고, 지역 농가와 가공업체 등과 거래금액도 연 7천만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도 대표는 "중기적으론 경북 22개 시·군이 가진 자원들을 모두 다뤄보는 것"이라며 "각 지자체 마다 잃어선 안 될 문화와 역사가 있다. 남길 수 있는 소재들을 잘 골라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스타트업 정책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원 쏠림현상으로 관광분야 활성화를 더디게 한다고 했다. 그는 "경북에는 관광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하지만 4차 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 육성에 집중하려다 보니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며 "좋은 관광 기업들과 플랫폼 기업 간 협업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경북 관광 산업도 보다 활성화 될 것 같다"고 했다.
도 대표는 "경북에도 매력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많지만 매출이 10억원 정도 되면 지역에서 더 못 크는 문제가 발생한다. 스케일업이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면 로컬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정부 용역을 하는 업체' 등으로 변질되거나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한다. 그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기자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