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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을 본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조국 조선을 위해 일본군에 대적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싸운 의병들의 활약을 보며 가슴이 뜨거웠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히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백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항일 운동에 동참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의병들의 단호함은 아마도 '애국'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천성에서 나온 게 아닐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명대사다. 나도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독립이라는 대의명분에 뛰어들어 '불꽃'처럼 살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을 보고서도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조국의 하늘 아래 살아갈 그 날을 위해 수많은 동지들이 타국의 태양 아래서 싸우다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간절했던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뜨거운 조국애와 간절함을 담아 저 안중근 그리고 우리, 이 한 손가락 조국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라고 시작하는 단지동맹 대사를 듣고 있으면 가슴에 뭉클함이 차오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제강점기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열사들을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고,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독립운동'이라는 단어는 우리 가슴속에 자랑스러움과 자부심 그리고 감사함을 불러일으킨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오직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독립열사들의 피땀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자주독립 국가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 덕분에 드디어 우리는 일제강점에서 독립하였고, 매년 8월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하고 있다. 8월15일 광복절은 그 어떤 이념이나 가치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기념해야 할 날이다. 권력자 또는 어느 집단의 사사로운 이념에 의해 부정되어서도, 분열되어서도 안 되는 날이다.
그런데, 올해 8월15일 광복절은 건국과 광복을 둘러싼 이념 대립으로 국민들이 둘로 나뉘어 다른 장소에서 광복절을 기념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대한독립을 위해 청춘과 목숨을 아낌없이 던졌던 독립열사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만도 가슴 아플 텐데, 그 속에서 건국이니 광복이니 하는 이념으로 갈라치기 해서 광복절 기념식을 각자 개최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통탄해 할까. TV나 신문에 실린 영상과 사진 속에서 소위 이 나라의 지배층이라는 사람들이 똑같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각자의 무리 속에서 모두들 활짝 웃고 있었다. 과연 그렇게 웃을 상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일제강점에서 독립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은 8월15일이다. 그것에는 이견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 귀한 광복절을 이념으로 분열시키는가. 불꽃처럼 산 열사들의 청춘과 목숨으로 이루어낸 그 날을 불꽃의 후손인 우리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쁘게 기념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나라의 지배층이라는 사람들의 그 웃음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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