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동물도 모두 느낀다,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뿐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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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30  |  수정 2024-08-30 07:58  |  발행일 2024-08-30 제17면
까치 애도, 사자 의협심, 코끼리 유대감
풍부한 동물 '감정의 세계' 과학적 입증
"동물 공감능력은 인간 행복에 필요조건"
흥미로운 연구 일화와 경험담도 곁들여

[신간]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동물도 모두 느낀다,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뿐
세계적 동물학자 마크 베코프는 동물의 감정 및 공감 능력은 인간의 행복에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동물도 모두 느낀다,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뿐
마크 베코프 지음/김민경 옮김/ 두시의나무/424쪽/2만4천원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정말로 더 풍부한 감정을 느낄까? 지능이 높은 동물이 낮은 동물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낄까? 이 책을 쓴 세계적 동물학자 마크 베코프(Marc Bekoff)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특별하고 우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오만하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동물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전하는 동물들의 다채로운 일화를 만나면, 동물의 삶 역시 인간의 삶만큼이나 풍부한 감정들로 이뤄져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마크 베코프는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회의론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50년 넘게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 온 선도적인 과학자다. 미국 뉴욕대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일 제이미슨에 따르면,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2007년에는 저자의 관점이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었기에 초판을 출판한 건 용감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후 저자의 주장들은 대체로 사실로 입증됐고, 지금까지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분야도 말 그대로 폭발적 진전을 이뤄왔다.

이 책은 저자가 초판의 감동과 주제의식을 그대로 살려 17년 만에 다시 내놓은 전면 개정판이다.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그간 축적되어온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증언, 흥미로운 동물의 일화와 저자의 새로운 경험담이 추가돼 더욱 깊고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저자와 오랫동안 연대해온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박사가 초판에 이어 이번 개정판의 서문을 썼고 박물학자, 생명윤리학자, 인지과학자, 수의사 등 여러 분야의 동료 학자들이 이 책을 추천하고 지지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동물들의 일화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죽은 친구에게 애도를 표하는 까치들, 장애가 있는 친구를 기다려주며 함께 길을 떠나는 코끼리들, 납치된 소녀를 구해준 세 마리의 사자,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준 돌고래 떼, 헌신적인 부모 역할을 하는 흡혈동물 호주 거머리 등이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에게 이끌리는 이유는 동물의 감정 때문이며, 동물이 우리에게 이끌리는 이유도 우리의 감정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즉 감정은 인간과 비인간의 중요한 소통 수단인 셈이다.

인간이 동물과 같은 언어를 쓰지 않음에도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감정'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의 감정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할 뿐이다. 저자는 인간에게 인간의 감정이 중요하듯, 동물에게도 동물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와 함께 동물이라는 존재 자체, 그리고 동물의 감정 및 공감 능력은 인간의 행복에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간, 비인간, 자연환경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를 가하면 모두가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자연 세계의 질서는 취약한 면이 있어서 인간은 자연의 전체성, 이로움, 관대함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을 보살피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고, 동물을 돕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마크 베코프는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명예교수이자 동물행동학회 회원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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