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와엘 샤키 언론간담회 "역사에 대한 창의적 해석에 중점 두겠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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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13  |  수정 2024-09-13 08:02  |  발행일 2024-09-13 제18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기록된 역사' 질문서 시작

허구와 현실의 접점 탐구

새로운 역사적 시각 제시

작가 와엘 샤키 언론간담회 역사에 대한 창의적 해석에 중점 두겠다

"한국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자체가 매우 특별한 기회이자 경험이었습니다."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 작가 와엘 샤키(Wael Shawky, 1971~)가 지난 9일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자신의 대구미술관 개인전(9월10일~2025년2월23일) 개막을 앞두고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선 대구미술관의 커미션(주문) 신작 '러브 스토리(Love Story)'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뤘다.

해당 작품은 한국의 전통 이야기와 춤을 결합하고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볏단과 쌀무더기 주변으로 판소리와 사자 탈춤 영상이 상영되는데 이는 한국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와엘 샤키만의 해석이어서 눈길을 끈다.

와엘 샤키는 신작에 볏단과 쌀을 설치한 이유로 우리 전래동화의 서사구조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전래동화를 연구하며 대부분의 작품에서 집과 쌀을 봤다. 또한 정의에 대한 믿음과 도덕적인 모습에 집중하는 특성도 발견했다. 볏단과 쌀은 쉼터나 음식 등의 현실과 초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작품 속 영상은 경북 안동 하회마을·병산서원과 경산의 한 폐기물 집하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상들은 모두 네거티브 이미지인데 이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영상들은 모두 필름과 같은 네거티브(반전) 이미지다. 반전 이미지로 영상을 구성한 이유는 풍경과 스토리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반전 이미지에서는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어 연기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폐가전 위에서 춤을 추는 사자의 모습을 통해 초현실적 자연 및 현대사회와 연결된 물질주의 및 자본주의를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와엘 샤키는 초현실과 현실의 관계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스스로를 '해석가'라고 말했다. 와엘 샤키는 그동안 '기록된 역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허구와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해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로마 신화와 고대 이집트 간 종교의 연관성을 탐구한 작품으로 대구미술관 전시작 중 하나인 '나는 새로운 신전의 찬가'에서 두드러진다.

끝으로 와엘 샤키는 "나만의 창의성으로 하는 역사해석을 좋아한다. 역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다. 역사에 대한 창의적 해석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예술가로서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엘 샤키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미국에서 공부했다. 유목민 사회에서 근대화된 사회로의 전환을 관찰하며 성장한 배경이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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