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동원 앞산점은 오는 10월11일까지 김창태 개인전 '사물의 초상'展(전)을 개최한다.
자연의 풍경을 담은 모노톤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물의 본질에 집중한 자신의 근작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수없이 많은 터치에서 비롯된 그의 작품은 중첩된 붓질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가 이토록 중첩된 이미지에 천착한 이유는 단순한 평면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소망이 작용한 때문이다. 잘개 쪼개진 면 위에 드러난 색채의 깊이를 통해 시공간을 담아내려 했다.
시공간을 작품에 녹이려는 그의 노력은 인간의 '기억'을 배제하고 사물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귀결됐다. 그의 초기 모노톤 작품들이 기억을 담는데 주력했다면, 최근작 상당수는 왜곡 없는 사실 그대로의 존재에 주목한다. 누구나 기억에 의존하며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기억이 완전성을 상실한다는 것이 변화의 이유다. 김 작가는 "기억의 오염과 오류에 대해 생각하며 인간 밖에 있는 사물들을 바라보았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대에 눈을 떴다. 화면 속 단순한 그림이 아닌 시공간과 공존하는 세계관에 접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작들은 특정한 찰나를 포착하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이는 작가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동트기 전이나 안개가 걷히는 순간, 나비의 날갯짓, 주스 컵, 넥타이를 맨 인물 등을 화면에 담아냈지만 그 존재 자체에만 집중할 뿐이다. 작가의 기억이나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무겁지 않은 느낌의 피사체를 소재로 삼기도 했다.
김창태 작가는 "예술이 뭔가 특별하다 생각하는 것은 지적 오만이다. 화가는 단지 붓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 온전한 '사물의 초상'을 표현하기 위해 나만의 해석과 감정을 배제하려 했다. 뜻대로 됐는지 판단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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