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전리품(戰利品)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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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7  |  수정 2024-10-07 07:11  |  발행일 2024-10-07 제23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이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야당 성향의 인터넷 매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공격하라고 사주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김 전 선임 행정관이 연봉 3억원에 이르는 SGI 서울 보증보험 상근 감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 선거 전리품'으로써 공공기관 상임감사 자리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감사는 대표보다 업무 강도가 훨씬 약하지만 억대 연봉이어서, 대선 캠프나 대통령실에 있었던 정치권 출신들이 탐내는 자리다. 실제 역대 정권 때마다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와 상관없는 정치권 인사들이 숱하게 감사로 재직했다. 공공기관의 대표는 두 말 할 것도 없는 대선 전리품이다. 전직 국회의원 등 무게감 있는 공신들이 차지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회의만 하는데, 월 200~300만 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 비상임이사도 대선 전리품이다.

전리품은 대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도 있다. 광역단체 산하 공공기관의 대표나 임원 중에는 반드시 시·도지사 선거 캠프 출신들이 있다. 기초단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선거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은 주로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자리가 동원된다. 아예 공공기관 자리를 염두에 두고 선거를 돕는 사람도 있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모집은 형식적으로는 공개 모집 및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등 객관적인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선거 승자(단체장)의 의중에 맞는 인사를 선발할 수 있는 구도로 돼 있다. 승자의 의중을 원천배제시키는 제도를 만들지 않는 한, 선거 전리품은 이어질 것이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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