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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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7 20:07  |  수정 2024-10-08 07:29  |  발행일 2024-10-08
[혁신시대, 대구산단은 지금 .5] 안팎 도전 직면한 염색산단

90년대까지 대구 경제 심장 섬유부흥 이끌어

2000년 이후 수출규모등 매출 감소 어려움

대기오염 악취물질 배출 절감 성과 내기도

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

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염색산단은 한때 국내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견인한 대구 경제의 심장부였다. 지금은 신산업 재편, 환경경영 강화 등 세월의 무게 속에서 적잖은 부침을 겪고 있다.


안으론 대구시가 2030년까지 염색산단 군위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입주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밖으로는 지난 6월 지정된 악취관리지역으로 환경 당국의 규제와 단속을 앞두고 있다. 올 초에는 공단 이사장과 이사진의 동반 사퇴로 지도부 공백 사태도 겪었다. 보궐선거를 통해 <주>통합의 서상규 대표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이사회를 재건하면서 다시 안정을 찾고 있다.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

◆조성된지 44년, 염색산단 현주소는
대구염색산단은 비산동·평리동 일대 87만8천684㎡(26만6천 평)에 열병합발전소와 공동폐수처리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섬유 전용 산단이다. 포염, 나염, 사염 등 섬유 염색 관련 126개 업체가 포진해 있다. 섬유 분야 전문생산연구소로 환경부 수질측정대행업 허가기관인 '다이텍 연구원'도 있다. 1980년 조성된 이후 1990년대에는 한국 수출산업의 중심에 섰던 섬유산업의 핵심이었다.

 


고용된 근로자 수는 4천421명이다. 외주 업체 및 상주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하루 약 1만 명이 활동하는 거대 산업단지다.


'대구산(産)' 섬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통하는 유럽·미국 수출길을 넓혔다. 염색산단이 있어서 가능했다.


염색산단은 열병합발전소와 폐수처리장을 공동 운영하며 기업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동시에 원가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염색공정에서 물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핵심 요인이다. 제품 컬러와 촉감 등 품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염색산단은 열병합발전소에서 가동하고 정수해서 내보는 용수를 공급받아 자체 정수를 거친 후 입주업체에 공급해 준다. 업체들의 수질 개선 비용 절감에 이바지했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기술력까지 장착했다.


하지만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고부가가치를 낳는 첨단산업으로 지역 산업 지형도가 재편되면서 염색산단 규모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저렴한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염색산단 입주기업들의 연간 수출 규모는 3천678억6천400만 원에 달했다. 같은 해 내수 시장 매출은 4천833억3천7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수출이 담당했다. 수출 규모는 2015년부터 반 토막 났다. 2015년에 1천862억7천800만 원으로 2천억 원 아래로 내려왔고, 지금까지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산한 2020년엔 1천174억5천100만 원까지 주저앉았다. 작년엔 수출 1천238억7천900만 원으로 코로나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수출 규모가 줄면서 전체 매출도 7천억 원대로 낮아졌다. 다만 내수 시장 매출 규모는 6천억 원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10년 전(2014년)보다 시장 규모를 키웠다. 올해는 상반기만 수출 1천54억 원을 포함, 매출 3천513억3천900만 원을 했다. 매출 목표는 7천818억6천만 원이다.

대구 경제 이끌었던 염색산단, 옛 영광 찾기 위한 과제는◆ 악취유발 꼬리표 떼기 '악전고투'
수출 및 내수 물량이 줄어든 환경에서 악전고투를 하는 염색산단 입주업체들은 악취유발 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염색산단은 그간 공동 친환경 설비 및 친환경 보일러 등에 투자하며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어왔다. 2020년부터는 다이텍 연구원과 손잡고 본격적인 '그린 & 클린 팩토리 전환'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대한방직 대구공장을 포함해 36개사가 대기오염 악취(유기용매) 확산 방지시설과 가림막 설치, 건조공정 설비 설치 등을 진행하며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노후 대기방지 시설에 대한 고효율 시설 교체사업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100개사가 동참, 93.5% 개선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기정보 시스템 악취측정기 측정에서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총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이 5년 전(2019년) 대비 50% 절감됐다. 황화수소는 57% 절감 효과를 봤다.


이경숙 대구 서구청 대기개선팀장은 "염색산단 주변 악취 시설보완 등을 통해 공기 질이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환경오염 악취 주범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사업비 1조 원(국비 지원)이 투입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 프로젝트라는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지금은 전면 중단됐다. 대구시가 염색산단 군위 이전 계획을 결정하면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구시는 2030년까지 염색산단의 군위 이전을 결정했다. 군위 1첨단산업단지 내 33만㎡(10만 평)을 '첨단섬유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불경기 속에서 부지 매입, 친환경 설비설치 등에 수십억 원의 이전 비용을 업체가 마련하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이전에 동의하는 기업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 염색산단은 전용지구 해제를 통해 경쟁력 회복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탓에 이 역시 쉽지 않다.


서상규 대구염색관리공단 이사장은 "섬유산업은 대구 경제의 심장이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 낙후업종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단순히 섬유라는 것에 한정해선 안 된다.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K-패션, K-컬처의 중심에 패션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고, 이를 지탱하는 게 바로 섬유산업이다. 산업과 문화간 융합이 가능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용지구를 해제하면 산단 전체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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