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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실시된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AAT)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교정을 나서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2025학년도 대입 경북대 논술 고사에 대구시교육청의 '문해력 교육 자료' 속 내용과 이에 대한 설왕설래를 연상시키는 문제가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24일 대구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경북대 수시모집 논술(AAT) 고사가 지난 23일 158개 고사장에서 총 4천516명(응시율 47.12%)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졌다.
경북대 인문계열 논술에서는 6개의 대주제와 관련된 제시문이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한 질문'이다.
이는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대구시교육청의 '문해력 향상 지원 자료'의 한 지문과 그로 인해 파생된 소동(?)을 연상케 한다.
앞서 대구시교육청이 일선 고교에 배부한 문해력 향상 지원 자료에 실린 칼럼을 두고 일각에서 '폐기·삭제'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칼럼은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쓴 것인데, 퀴어축제와 성적 정체성, 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문해력 향상 지원 자료의 여러 읽기 지문 중 하나였다.
글 말미에서 필자는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삽니다. 사회의 수준은 소수자나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들이 무시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핍박받지 않아야 성숙한 사회입니다"라고 적었다.
칼럼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항의했다. 그 칼럼이 동성애 옹호 교육이며,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전교조 대구지부는 성명을 내고 "해당 칼럼은 의학자가 전문적 견해를 가지고 대중이 '성'에 대해 갖는 막연히 갖는 오해를 풀기 위해 쓴 것"이라며 "국가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다양한 지문을 통해 논쟁적 사안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교가 다양성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때 국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교육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칼럼이 실린 문해력 자료를 폐기해달라는 민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 교육계 한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겠지만, 지역 교육계에서 이슈가 됐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문제"라며 "학생들은 평소에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석·논리적으로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는 "이번 논술 고사의 인문계열 문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으면서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성찰해야 할 주제들을 다양한 맥락에서 다뤘다"고 설명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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