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까지 싸우겠다"는 尹, 역시 국민 기대(?)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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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3  |  수정 2024-12-13 07:00  |  발행일 2024-12-13 제27면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은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제 대국민담화도 마찬가지다. 침묵 닷새 만에 "끝까지 싸우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태도에 온 국민이 놀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가장 먼저 반발했다. 즉각 "탄핵 찬성"을 공식화했다. 내일 예정된 국회 표결에서 '탄핵론'이 힘을 받게 됐다. 의도와 다른 결과를 또다시 자초한 셈이다. '역시 국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는 이유다. 임기 단축 상황을 만들어 백척간두에 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다시 살린 것도 열흘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계엄 조치였다.

'질서 있는 퇴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임기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7일 담화는 허언이 됐다. 향후 탄핵 심판과 수사에 법률적으로 맞서겠다는 대통령의 분명한 뜻이 담화에 담겼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 했다. 자칫 또 다른 오판이나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으로도 들린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한 대표의 일성이 그만의 생각일까.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를 사면권·외교권 행사와 같은 것으로 본 건 위험한 발상이다. 계엄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로 간주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소불위의 통치자를 용인한 것과 다름없다.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 있느냐"는 항변도 어이없다. 국민과 국회의 저항, 양심적 군인들의 불복종으로 실패한 계엄을 대통령의 선의로 포장한 건 낯 뜨겁다. 이것이 마지막 악수(惡手)이길 바란다. 계속 이러면 정권을 자진 헌납하는 꼴이 된다. 그 원인 제공자는 대통령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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