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모든 게 미스터리(mystery)다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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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6  |  수정 2024-12-16 07:05  |  발행일 2024-12-16 제23면

[월요칼럼] 모든 게 미스터리(mystery)다
장준영 논설위원

결국 탄핵소추안 의결로 귀결됐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이 하도 어이가 없어, 이리 저리 귀동냥도 해보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조합을 해봐도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21세기 대한민국을 한 순간에 극도의 혼란과 혼돈, 그리고 분노로 몰아넣은 12·3 비상계엄은 무수한 의혹과 손가락질만 남긴 채, 희대의 막장극 흑역사로 남을 전망이다. 끊임없는 야당의 비토와 국정발목 등이 표면적 이유였고 지극히 간절했다하더라도, 애시 당초 계엄은 해법이 돼서는 안 될 일이었으며, 될 수도 없는 사안 아니던가. 물론,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론도 있긴 하지만 개인 차원의 정서적·감정적 문제일 뿐, 계엄 정당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일탈이나 객기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도, 이해할 방법도 없다. 모든 게 미스터리다.

'계엄사 통제' '처단' 등 포고령에 등장한 일부 표현은 순식 간에 수십년 세월을 거슬러 아픈 기억을 소환했다. 정말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줄 치트키로 계엄을 맹신한 것일까? 여기서 잠깐. 말은 섬뜩했으나 현재까지 드러난 준비 및 실행과정은 어설프고 허접하기 짝이 없다. 국가 최고의 권력이 개입된 특수상황이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다. 국회 장악에 동원된 특수부대원들이 지리를 몰라 휴대전화 어플지도를 보고 작전을 수행했고, 아마 전시였다면 몰살당했을 것이라는 부대장의 증언은 역대급 웃픈 장면이다. 국군통수권자에게 당시의 군대는 국민의 군대였을까, 아니면 주머니 속 장난감 병정이었을까. 이 또한 미스터리다.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며 '강골검사' 이미지를 심었고,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일약 대권잠룡 반열에 올랐다. 기득권 세력의 '학연·혈연·지연 타령'이 못마땅하고 반감도 컸던 차에 국민들은 그의 등장을 응원했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닳아먹거나 전과가 주렁주렁 있는 노회한 정치인들보다는 잘 할 것 같아서 믿고 맡겼지만 기대가 실망과 의심으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권 초기부터 터지 나온 영부인 문제와 참모들의 능력, 그리고 곳곳에서의 불협화음 등은 어찌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임계(臨界) 시그널이었다. 그가 사람에 충성하는 자들에 둘러싸여 탄핵소추 의결까지 이르게 된 저간의 과정 역시 미스터리다.

대한민국은 도대체 언제까지 '불행한 대통령'을 마주해야 하는지 몹시 착잡하다. 언젠가부터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통령 수사나 망신주기 등은 필수코스가 돼버렸다. 갈등과 분열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선명해지고 국민들도 부지불식 간에 반목과 질시에 익숙해져 간다. 자기 편 허물에 그렇게 관대하던 '선택적 정의'가 물만난 고기처럼 또다시 판을 치고 있다. 악연을 끊어내려면 국민 대통합을 위한 지도자의 결단이 요구되지만, 팬덤정치에 함몰된 요즘 정치지형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만든다. 한국 정치는 수십년 간 정체 내지 퇴행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 사이 K문화와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세계는 한국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우리는 그에 걸맞은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지도자 복이 지지리도 없는 나라가 국민들의 집단지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은 제일 큰 미스터리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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