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마러라고 리조트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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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7  |  수정 2024-12-27 07:06  |  발행일 2024-12-27 제2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소유하고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가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정교한 유럽풍 양식이 돋보이고,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춘 유료 멤버십 프라이빗 클럽이다. 백악관에서 1천600㎞ 정도 떨어져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막바지 개표과정을 지켜보고,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의 기쁨을 누린 최애 장소로 유명하다. 국내·외 거물급 인사들의 방문이 잦은 데다, 다양한 정책을 공식 또는 비공식 토의 및 결정하는 장소로도 심심찮게 활용되면서 '남부 백악관' '겨울 백악관' 등으로도 불린다.

마러라고의 역사는 100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세계적인 시리얼기업 포스트의 상속인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0년대에 미국 상류층 문화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탄생시켰다. 1973년 '겨울 백악관'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유언을 남기며 미국 정부에 사용권을 기증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탓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이용은 매우 드물었고, 만만찮은 관리비용에 부담을 느낀 미국 정부는 결국 1981년 포스트 가문에 사용권을 반납했다. 이후 매물로 나온 마러라고를 트럼프가 조금 치사한 방법을 동원, 1985년 인수에 성공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마러라고가 문전성시다. 이미 아마존·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트럼프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속속 다녀갔다. 또 '관세폭탄' 경고를 받은 캐나다 총리가 부랴부랴 팜비치를 찾은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마러라고에서 15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소를 머금은 채, 흡족한 표정으로 손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은 득의양양한 모습의 트럼프의 사진은 압권이었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폭탄급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 '관세가 싫으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면 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끝판왕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 거침이 없다. 일본을 치켜세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친분을 과시할 때도 대한민국 관련 언급은 거의 없었다. 거대 기업과 주요 국가가 생존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기에 대한민국은 길고도 암울한 '탄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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