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을사년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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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2  |  수정 2025-01-02 07:02  |  발행일 2025-01-02 제27면

을사년(乙巳年) 하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순간인 1905년이 떠오른다. 일제에 국권을 잃은 슬픔과 치욕의 상징인 을사늑약이 체결된 해였다. 치욕의 그늘은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뭔가 음울하고 불안한 기운을 나타내는 이 말은, '을사년스럽다'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靑蛇)의 해 역시 내우외환에 시달렸던 120년 전처럼 을씨년스럽게 출발한다. 밝고 활기찬 소식보다는 탄핵심판, 내수침체, 고환율, 트럼프발 리스크 등 음울한 뉴스들이 더 많다.

다행히도 시작은 을씨년스럽지만, 푸른 뱀의 기운을 받으면 그 끝은 희망과 역동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뱀은 동양에서 지혜와 치유, 변화를 상징하며, 푸른색은 풍요와 생동감을 더한다. 올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뱀처럼, 우리나라도 내우외환의 병을 치유하고 변화를 준비할 수 있다는 소망이다. 사회 각계 인사들도 신년사에서 푸른 뱀처럼 지혜를 갖고 새롭게 도약하자는 점을 강조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는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한국경제가 다시 태어나는 한 해"라며 "옛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변화와 성장은 없다. 지금의 내우외환도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쓰디쓴 약이 될 수 있다. 을사년 한 해 역동적인 푸른 뱀의 에너지를 가슴에 품고, 한 발씩 내디디면 우리의 삶은 물론, 공동체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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