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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연합뉴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2명의 임명을 단행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평가가 오가고 있다.
나머지 1명을 임명 보류하면서 '여야 줄타기'를 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치적 타협이 실종된 정치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와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 환율 폭등 및 경제성장률 하락 등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결정을 두고 양당은 동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헌법재판관 임명은 유감스럽다"며 "책임과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나 최 권한대행의 임명 보류 결정은 국회의 권한을 침범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고위 참모진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이 정치권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이 여당과 야당, 각각의 지지자, 국회의장, 헌법재판소, 대통령실 모두를 공평하게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무회의 상황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다소 달라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임명 의사를 밝힌 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한덕수 총리도 내리지 못한 결정을 어떻게 최 권한대행이 내리느냐"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종결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고, 이후 일부 국무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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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5년 정부 시무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당 이지혜 부대변인은 곧장 논평을 내고, "내란 수괴의 계엄 폭정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벙긋 안 했다더니 이제 와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시끄럽게 반발한다니 기가 막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최 권한대행을 엄호했다. 그는 "최 권한대행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비판을 하는 분들은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위헌적 계엄을 모의할 때 그리고 파다하게 소문이 외부로 흘러넘칠 때 단 한 명도 입을 뻥긋하지 않던 자들이 지금에 와서 헌재의 심리와 판결을 중단시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일을 요구한다"며 "이 자들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윤석열 개인에 충성하는 사복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간부들의 사표는 대통령의 계엄을 뜯어말리는 과정에서 집단으로 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 최상목까지 내려오면 환율이 더 급등할 것" "헌법재판관 2명이라도 임명해서 헌재의 숨통을 틔웠고, 나머진 여야가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언제까지 경제 불확실성을 끌고 가야 하느냐. 늦었지만 국민과 나라를 걱정한 결정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 권한대행을 향해 "독단적 결정을 했다"며 십자포화를 퍼붓던 국민의힘도 2일엔 공개 비판을 자제했다. 최 권한대행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그간 비대위가 강조해온 국정 안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