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버드 스트라이크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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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3  |  수정 2025-01-03 07:01  |  발행일 2025-01-03 제26면

지난 연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 가운데 17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참사는 국내·외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깊은 슬픔을 불러 일으켰다. 구조적 기체결함·정비불량·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물리적 충돌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국토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사고 원인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 미작동이 직·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항공기였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유형의 대형 사고'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정확한 원인규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비행 중 동체와 조류가 충돌하는 사고를 지칭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증가 추세다. 엔진 이상을 불러 올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날개·창문·조종장치가 손상돼 조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항공업계에는 커다란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국내 공항에서는 2019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총 623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 교통량 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1만8천394건의 조류 충돌사고가 일어났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990~2023년 보고서를 통해 항공 수요가 늘고, 공항 주변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조류를 포함,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이나 항공기에 익숙해진 데다, 항공기술 발달로 엔진 소음이 줄어든 대신, 출력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도시화와 함께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공항 주변의 매립지나 습지 등이 새로운 조류 서식지가 되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철새 이동경로 및 패턴의 변화가 잦아지면서 특정지역에서의 충돌 가능성 또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 거의 모든 공항에서는 조류퇴치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조류 탐지 열 화상 카메라 가동과 서식지 관리 등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조류 생태계 연구와 공항 주변 환경관리 등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동력을 잃었음에도 불구,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탑승객 155명이 전원 생존했던 2009년 1월 US에어웨이즈 1549편 사고는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깝다. 예기치 못한 조류충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디지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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