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원 캐리 트레이드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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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3  |  수정 2025-01-13 07:00  |  발행일 2025-01-13 제23면

올해 재테크의 화두는 '원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다. 원화 가치 하락(환율 급등) 탓으로 해외, 특히 미국으로 투자 시선을 돌리는 이른바 '인베스트 노마드'가 대세를 이루는 양상이다. 원 캐리는 엔 캐리에서 파생된 용어이지만, 투자 방식의 결은 다소 다르다. 엔 캐리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달러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재테크다. 양 국간 금리 차이에 따른 이자 수익에 기댄 투자 방식이다. 반면, 원 캐리는 한·미 증시 디커플링(차별화)에다 환율 상승(강달러) 흐름을 감안해 원화를 달러 자산, 특히 기대 수익률이 높은 미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다. 최근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 회피 전략으로 활용된다.

해외 투자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해외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 대외 금융자산이 역대 최대인 1조달러에 육박한다. 자본 투자 확대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자본 수익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경제 모델로 전환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환율 급등=외환 위기'라는 공식을 깨며 대외 안전판 역할도 한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 활성화 측면에선 무작정 반길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고환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국행 투자 열차에 공격적으로 돈을 실어 보내고 있어, 금융 당국의 불안감을 자아내게 한다. 이는 '고환율=뉴노멀(새 표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도 한·미 금리 격차,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 캐리 트레이드의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전망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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