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점심 한 끼 먹는 게 '일'이 되고 있다.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만만찮아진 탓이다. 취향에 따라 메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맞춰 먹을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고달픈 삶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점심값 급등. 흔히 말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다. 고물가와 고환율에다, 기후변화 등 크고 작은 여러 요인이 있긴 하나, 결국 직접적인 것은 식자재값 상승이다. 논리적으로는 인상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불편하고 위축되는 날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외식 비용이든, 구내식당 요금이든 안 오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고민하는 것이 '도시락 싸기'인데, 막상 해보면 경제적·육체적·정신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는 거의 마찬가지여서, 이를 매일 실행하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점심을 대하는 직장인들의 비애는 현재진행형이며, 통계가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2023년 117.38 대비 3.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내식당 물가는 2023년보다 4.2% 상승하는 등 4년째 4%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갑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떡볶이(5.8%), 햄버거(5.4%), 김밥(5.3%) 등의 가격 상승률은 5%를 넘어서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편의점 도시락 역시 2019년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편입된 이후 줄곧 2%대 이하 가격상승률을 기록하다가 2023년부터 2년 연속 5% 안팎의 상승이 이뤄졌다.
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여름처럼 기후 변화는 수시로 곡류·채소·과일 등의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음식값은 업체나 업주의 자구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 일쑤다. 저출산 등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통상, 식수인원이 줄면 단가 인상은 불가피해진다. 끝 모를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5만2천명이 줄었다. 통계청의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3년 10개월 만일 정도로 고용절벽의 압박감은 높아지는 추세다. 음식값 인상이 빠르고 강하게 인식된 것은 최근 1~2년 전부터다. 오전의 피로를 회복하고, 오후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점심시간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런치플레이션은 이래저래 고약한 단어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요즘 점심을 대하는 직장인들의 비애는 현재진행형이며, 통계가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2023년 117.38 대비 3.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내식당 물가는 2023년보다 4.2% 상승하는 등 4년째 4%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갑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떡볶이(5.8%), 햄버거(5.4%), 김밥(5.3%) 등의 가격 상승률은 5%를 넘어서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편의점 도시락 역시 2019년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편입된 이후 줄곧 2%대 이하 가격상승률을 기록하다가 2023년부터 2년 연속 5% 안팎의 상승이 이뤄졌다.
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여름처럼 기후 변화는 수시로 곡류·채소·과일 등의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음식값은 업체나 업주의 자구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 일쑤다. 저출산 등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통상, 식수인원이 줄면 단가 인상은 불가피해진다. 끝 모를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5만2천명이 줄었다. 통계청의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3년 10개월 만일 정도로 고용절벽의 압박감은 높아지는 추세다. 음식값 인상이 빠르고 강하게 인식된 것은 최근 1~2년 전부터다. 오전의 피로를 회복하고, 오후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점심시간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런치플레이션은 이래저래 고약한 단어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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