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수사와 재판, 功(공)다툼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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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7  |  수정 2025-01-27 07:05  |  발행일 2025-01-27 제19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구속 기한 연장이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두 차례나 불허된 것은 이번 수사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따라 검찰 보강수사 없이 재판에 임하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내란 우두머리'란 초유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거의 전무한 채, 윤 대통령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검찰이 안게 됐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6일 전국 고·지검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이상 회의를 소집한 이유다.

되돌아보면 이번처럼 엄정한 사법절차가 요구되는 사안에 오히려 법적 혼란이 야기된 일차적 책임은 오동운 처장이 지휘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데도, 경찰 권한을 위임받는 형식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자초했다. 경찰이 1차 기본조사를 하고, 검찰과 공수처가 보조했더라면 문제가 없을 사안을 오히려 키웠다. 50여 명 안팎의 공수처가 능력 밖의 일을 도모하다 2차례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싸고 국론분열만 가중시켰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검찰 공수처 경찰 군수사기관은 일제히 수사에 뛰어들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형벌의 칼'을 들이대 각자 조직의 위상을 키워보자는 인상마저 짙었다. 일종의 공다툼이 아닌지 의심된다.

비상계엄과 내란죄 사건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장관, 경찰수뇌부, 군장성까지 연루돼 있다. 형법은 물론 헌법정신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단순한 범죄 사실을 다투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명운이 달려 있고, 국민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도 있다.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 기관은 오로지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엄정한 가치하에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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