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법률용어가 판치는 나라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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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1  |  수정 2025-02-21 07:28  |  발행일 2025-02-21 제26면
[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법률용어가 판치는 나라
디지털 논설위원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정치판은 허구한 날 고소·고발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냥 일상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고 욕하기에도 지쳤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여·야의 전선이 민·형사를 넘어 헌법까지 확대됐다. 장삼이사 입장에서는 어쩌면 평생 몰라도 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는 낯선 법률용어를 거의 매일 반강제로 접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어느 정도 시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에 기인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피로감은 급속도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기-승-전-권력쟁탈인 그들에게 지원되는 혈세가 너무 아깝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1분기 경상보조금으로 민주당 58억9천여만원, 국민의힘 54억여만원 등 총 130억9천여만원을 7개 정당에 지급했다.

법치주의는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를 의미한다. 사전적 정의는 당연히 바람직하고 훌륭하다. 대부분은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법의 양면성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사회 전반을 격랑 속으로 몰아간다. 엄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에 정치와 진영이 개입하고 양 극단의 세력이 동조하면서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그들에게 유리하면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라 하고, 반대일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응한다. 문제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헌법과 헌법재판소가 지금의 소용돌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명적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국민들 간 갈등·반목을 부채질하고 증폭되는 현실이 환장할 노릇이다.

헌재의 재판과 관련된 내용과 과정이 거의 매일 온·오프라인으로 중계되다시피한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어떻고, 재판관 성향이 저떻고…. 훌리건 성향을 보이는 강성 팬덤으로 인해 모든 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희화화되면 법치주의 존립에 대한 위협은 필연적이다. 지금 상태라면 헌재판결에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진영 어느 한쪽에서 승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휘발성이 강한 불길함이 더 커보인다. 우리 정치판에는 10~20년 사이 법조인 진출이 크게 늘었고, 이들 가운데 윤 대통령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 상당수가 논란과 이슈의 중심에 있다. 민주주의를 튼실하게 만드는 대화와 타협보다 '법 대로 하자'는 기류가 최근 들어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까.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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