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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나는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운행하는 것은 미숙하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어 교통신호 및 안전표지 준수의무, 음주운전 금지 등 차량과 동일한 정도의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된다. 자전거는 전용도로가 있는 경우 전용도로를,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에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하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길 가장자리 구역을 통행할 수 있으나,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는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자전거는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함께, 보도에서는 보행자와 함께 다녀야 하는 특성이 있기에, 자전거 운행자가 자전거 운행을 잘 하지 못하면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자전거는 운전면허증이 없으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미숙한 운전자는 나와 상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좌측으로 기울면 핸들과 몸을 살짝 우측으로 꺾어야 하고, 우측으로 기울면 다시 핸들과 몸을 좌측으로 살짝 꺾어서 두 바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내가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운행이 미숙하다고 한 것이 바로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몇 년 전 캐나다 벤쿠버를 여행하면서 스탠리파크에 갔을 때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맛이 일품이라기에 공원 입구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린 후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자전거에 올라탔다. 처음엔 괜찮았다. 탈 만했다. 그냥 직진 도로만 달리면 되니까. 그런데 길이 어디 그렇기만 한가. 장애물도 있고, 함께 달리는 다른 자전거 운전자들도 있고. 운행의 기술이 필요했다. 다른 운전자들은 장애물이나 다른 운행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도 피해 달리는데 나는 피해야 하는 장애물이 나타나기만 하면 핸들을 꺾어 버렸고, 균형을 잃고 땅에 넘어지곤 했다. 해안도로를 달린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몇 번이나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자전거 타기를 멈추었다. 그렇게 많이 넘어지고도 다치지 않은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사고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어 아찔했다.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 거리를 달렸다가는 나도 다치고 다른 사람도 다칠 수 있다.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거리에 나오면 안 된다. 그런데 그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비단 자전거 타는 것뿐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가치관은 존중받아야 하고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쪽 의견에만 지나치게 빠져서 다른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균형이 깨져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극우도, 극좌도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좌우 국민들 개개의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만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에 무사히 잘 도달할 것이다. 이건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어느 시인의 자전거에 대한 시가 생각난다. "자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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