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과 핵 개발

  •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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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6 07:08  |  수정 2025-03-26 07:12  |  발행일 2025-03-26
[돌직구 핵직구]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과 핵 개발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로 분류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미국이 안전보장과 핵 비확산, 경제안보 위협, 테러리즘 지원을 이유로 정책적으로 특별히 관리할 국가 목록을 말한다. 향후 한미동맹의 외교안보 협력, 경제·첨단과학기술 협력의 위축이 예상된다. 더욱이 러시아, 중국, 북한 등과 함께 목록에 올라 충격이 크다. 해제를 위한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지난 24일 국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정 원인에 대해 “과학 기술 보안을 검토,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외교 정책적인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가장 낮은 3등급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여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사유와 해제 방안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앞서 조셉 윤 주한 미 대사 대리는 “민감국가 리스트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단지 에너지부의 실험실에만 국한된 것으로 내부의 보안 차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지정 원인에 관해서는 “한국이 일부 민감한 정보에 대한 취급 부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향후 한미간 협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보안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2023〜2024년 연구 직원이 수출통제 정보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되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국토안보부가 해당 직원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국가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기관은 에너지부 산하 '정보방첩국'으로 핵 확산방지, 핵 안보 전문기관이다. 한국의 '핵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에서 한국의 핵 개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 관계 심화, 중국의 핵 전력 증강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 대안으로 △미국의 핵 우산 확장 강화 △순회적 혹은 지속적 전술핵무기 배치 △나토식 핵 공유 △한국의 독자적인 핵 무장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도 “한국의 주권적 관점에서 핵 무장을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하나의 선택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자체 핵 무기 개발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이 자체적인 방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고, 엘브리지 국방부 정책차관도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립을 강조했다.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이 끝나면 미국의 초점은 동북아로 옮겨올 전망이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재검토(review)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 표명과 정책적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방위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성격과 역할, 북핵 억지, 중국과 러시아 대응 전략 등. 이번 민감국가 리스트 지정 원인과 이유를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혹여 핵 개발과 관련된 사실이 밝혀지면 지정 해제 노력과 더불어 양국 간에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반도 안보 강화를 위한 다양한 옵션과 그 장단점을 비교하여 최선을 선택할 기회이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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