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더티 15'

  • 박규완
  • |
  • 입력 2025-03-31  |  수정 2025-03-31 07:13  |  발행일 2025-03-31 제23면
'더티(dirty) 15'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입에서 나온 용어다. 그는 "우리가 '더티 15' 라고 부르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구체화할 상호관세의 국가별 차등 부과를 예고하면서다. 베센트 장관이 '더티 15' 국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미국의 8위 무역적자국 한국도 포함됐을 개연성이 높다.

말인즉슨 '더티 15' 국가들에 관세 폭격을 집중하겠다는 건데,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점증한다. 블룸버그는 "상호관세는 동맹 관계를 긴장시키고 보복관세를 유발해 무역분쟁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는 자충수"라고 직격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6%에서 2.3%로 낮췄다. 트럼프발(發) 경기침체 공포가 투영되며 '트럼프세션(Trump+recession)'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플레이션'에 '트럼프세션'이 덮치는 형국이 온 것이다. 불황 속에 물가가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의미다.

'트럼프 관세'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꾼다는 발상도 뚱딴지 같은 얘기다. 전체 세수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서다. 미국의 관세 강공은 괜히 국제분업의 효용성을 멸실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파괴할 뿐이다. '더티 15'라고? 기존의 FTA(자유무역협정)까지 부정하며 힘의 논리로 으름장을 놓는 미국의 행태가 더 더티해 보인다.

박규완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