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치매(癡매)환자 100만명 시대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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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1  |  수정 2025-04-11 07:06  |  발행일 2025-04-11 제26면
[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치매(癡매)환자 100만명 시대
디지털 논설위원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매). 치매. 모두가 알다시피, 참 고약한 병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일단 걸리면 그냥 늪이다. 점점 낯설거나 민망하게, 그리고 희망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퇴행하는 것이 영 안쓰럽다. 주로 노인들에게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켜보고 돌봐야 하는 가족이나 지인 입장에서는 환자 본인만큼이나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예상보다 빨리 지난해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치매환자가 97만명이었으니, '100만명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치매환자 증가는 필연적으로 개인 및 가족 또는 시설 등의 돌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돌봄의 시작이 끝을 가늠하기 어렵고 지난한 싸움의 초입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학을 뗀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언어·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약화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돌봄에 수반되는 경제적·정서적·육체적 부담이 커진다는 데 있다. 개인이나 각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이 돌봄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고 간절하다는 주장과 호소가 강한 공감을 얻는 대목이다. 너무 힘들어서 '나 몰라라'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매달리기도 난감하다.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원인 미상의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치료의 길도 막막하고 요원하다. '더이상 나빠지지만 않아도 좋겠다' 정도가 어쩌면 현실적으로 제일 큰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돌봄부담으로 인한 무겁고 짙은 그림자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치매 역학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머무는 치매환자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1인 또는 부부 가구로 나타났다. 또 치매 환자 가족의 40% 이상은 부정적인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변화를 겪었고, 이 가운데서도 경제적 부담이 제일 컸다고 답했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에게 가장 절실한 대책은 경제적 부담 완화, 즉 비용 경감이었다. 돌봄비 비중(67%)이 보건의료비(25.3%)보다 월등히 많은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더 이상 '간병지옥' '돌봄지옥'이라는 말이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조기 발견과 초기 집중치료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내놔야 한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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