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험난한 세상에서도 청춘은 빛나기를

  •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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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4  |  수정 2025-04-14 07:21  |  발행일 2025-04-14 제22면
불확실성에 갇힌 젊은세대

사회와 경제 불안 여전하고

갈등·혐오도 만연해 있지만

고동치는 열정과 도전으로

국가위기 극복 큰 역할 기대
[아침을 열며] 험난한 세상에서도 청춘은 빛나기를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주말에 문득 청춘을 예찬한 옛글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 교과서에 청춘 예찬이란 글이 실려 있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책이 귀하던 때라 교과서에 실린 글도 거듭 읽곤 했는데 읽을 때마다 청춘이란 단어에 가슴이 뛰었더랬다.

당시에는 청년이면 누구나 커다란 이상과 열정을 품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않고 도전하며 성취해 가는 것을 젊은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로 여겼다. 마침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던 시기였고 젊은이들이 저마다 기회를 찾아 애쓴 덕분에 한편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번영된 국가를 만들었고 자랑스러운 국민이 되었다.

지금 청년들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청년들은 희망과 도전을 선뜻 입에 올리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세대처럼 벅찬 가슴을 가진 청춘이 아니다. 입시에 짓눌리고 취업을 걱정하며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청춘은 아프고 힘들다.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없다거나 보란 듯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전망을 한다. 청춘은 특권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불안을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다.

어른들이 보기에 지금 청년들이야말로 어느 세대보다 유복한 유년을 보냈다. 한두 자녀만 가진 부모가 아낌없이 지원하는 가정에서 귀하게 자랐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국가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기성세대의 눈에는 지금 청년들이야말로 무엇이든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공공연히 말한다. 기성세대를 향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정치 현안이나 국민연금 개혁 등을 둘러싸고 돌출된 청년세대의 반감이 예사롭지 않다. 기성세대는 공정과 정의를 공공연하게 저버린 파렴치한 존재가 되었다. 청년들이 보기에 기성세대는 노골적으로 이익을 탐하고 미래 세대를 약탈하는 나쁜 악당이 되고 말았다. 기성세대는 억울하다. 별다른 특권을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리 낀 세대라 하더라도 파렴치한 약탈자로 내몰리는 것까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나라가 한순간 어수선하고 갈등이 극심한 사회가 되었다. 날로 심화하는 이념 대립과 리더십 위기가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 집단 간의 갈등과 사회적 균열이 커지면서 신뢰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사회 통합이 약화하고 있다. 혐오의 언어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면서 다시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고 있다.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의 현실이 마냥 교착된 상황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한 지난 세월은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폐허로부터 일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우리 눈앞에 위기의 징후도 있고 갈등과 혐오도 만연해 있지만 우리는 어떻든 헤쳐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이상과 희망,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고동치는 열정으로 힘차게 도전하고 성취하는 그런 청춘을 만나고 응원하고 싶다.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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