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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
대표적으로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2024년부터 '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를 전면 도입했다. 이는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를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오심 논란을 줄이고 판정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일부 경기에서 ABS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고, 테니스에서는 '호크아이(Hawk-Eye)' 기술이 오랜 시간 동안 정밀한 판정을 제공해 왔다. 축구의 VAR(Video Assistant Referee)도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으며, 그 적용 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AI 심판 도입은 스포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판정 논란이 줄어들면서 선수들은 보다 집중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경기를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진다. 팬들 역시 일관되고 정확한 판정을 통해 경기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구단들은 첨단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팬들에게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AI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정을 내린다고 해도, 스포츠가 가진 인간적인 감정과 문화는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실제로 AI 심판이 도입된 이후,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장의 긴장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아쉬운 반응도 나온다. 예전에는 심판의 판정에 대한 항의, 관중의 야유나 환호 등이 경기의 중요한 일부였고, 그것이 스포츠 특유의 열기를 만들어내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 심판'의 등장으로 이 같은 감정의 흐름이 줄어들고, 경기가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건조하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AI 심판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스포츠 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는 정확성과 공정성이라는 기술적 가치와, 스포츠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간적인 감정과 소통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스포츠의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어야 한다. 선수들의 피와 땀, 팬들의 열정 어린 응원, 그리고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야말로 스포츠가 가진 진정한 가치다.
AI가 스포츠의 공정성을 높이는 도구로 기능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포츠 고유의 감성과 인간적인 요소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인 스포츠. AI 시대의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 안에서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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