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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
현재 국제유동성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통해 공급되며,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다른 나라 물건을 사들이면서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해야 세계 경제가 굴러간다. 다른 나라들은 벌어들인 달러로 미 국채를 구매하여 준비자산을 쌓고 또 미국은 이렇게 국채를 팔아서 조달한 돈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고 군사비 지출을 충당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미국이 구축한 '달러 패권시스템'이 '달러의 강세화'를 낳고 이것이 '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를 유발하고 다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져 '제조업 쇠퇴'로 이어진 후, '국가 부채의 무한 증가'와 더불어 '국가 기간산업 붕괴'를 낳아 미 패권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따라서 관세로 '무역적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수입을 억제, 국내 제조업과 고용을 부흥시킬 필요성이 커졌으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탈출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한데, 이 경우 수출경쟁력은 제고되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신뢰도는 추락한다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그 해결책으로 동맹국들에 기축통화 유지의 분담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즉, 세계 각국이 준비자산으로 확보한 미 국채를 무이자 100년 만기 국채나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교환(이른바 마러라고 협정)하자고 제안한다. 이 경우 미국은 이자 부담 없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는 무상으로 돈을 빌려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채찍이자 당근으로 관세폭탄과 미국의 안보 우산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즉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의 안전보장을 받으려면 기축통화 발행 비용을 분담하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자신이 지켜온 질서를 더 이상 혼자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에 함께 책임을 나눌 것을 요구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올바른 대응책은 상대방의 진짜 노림수를 아는 것에서 나온다.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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