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부모 됨의 기쁨과 특권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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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8  |  수정 2025-04-28 07:21  |  발행일 2025-04-28 제21면
[단상지대] 부모 됨의 기쁨과 특권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첫째 아이를 처음 가슴에 안았던 그날, 조그만 그 핏덩어리가 내 삶을 바꿔놓을 줄 몰랐습니다. 둘째 셋째도 그랬고 넷째도 유산이 되지 않았다면 계속 낳았을 겁니다."

얼마 전 지인 A씨가 필자에게 자녀를 낳아 길러보니 어떠하더냐고 물었다. 뿌듯하다고 답했다. 아내가 34살, 당시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이 3명을 출산하고 넷째까지 임신했었다. A씨와 옆에 있던 지인들에게 자식을 키워보니 어떠했느냐며 되물었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부부만 남은 이들에게도 비록 인근에 살지 않아도, 자식은 뿌듯함의 상징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아이를 키우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깊고 진한 사랑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작은 손가락을 꼬옥 쥐어오던 그 감촉, 아빠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던 모습, 그런 순간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벅찬 일인지 느낄 수 있다. 첫째가 처음으로 뒤집고 앉고 걸었던 순간들, 둘째가 '서울우유'란 글자를 그림으로 그려서 엄마와 아빠를 놀라게 한 날, 말문이 터지지 않아 걱정이었던 셋째가 어느날 갑자기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 날, 아직도 그 감흥이 생생하다.

물론 부모가 된다는 것은 힘들고 괴롭다.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잠 설치며 기저귀를 갈고, 이유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며 좌절하기도 했다. 떼쓰는 아이들에게 고함지르고 야단치며 아빠의 밑바닥을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고단함 속에도 신묘한 기쁨이 숨어 있다. 부모가 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버거운 것이 아니라 부모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신이 주신 기회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주는 자긍심은 부모에게만 허락된 선물이다. 모든 시간에도 자녀를 향한 사랑은 놓지 않는다. 자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눈물이 흐를 때, 부모들은 안다. 이유 없이, 대가 없이 사랑을 주는 자신을 발견할 때, 그 뿌듯함이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고귀한 특권이라는 것을 안다.

부모는 자신이 준 것보다 자녀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받는다. 사랑과 인내, 용기 그리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까지 배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게 만드는 존재다. 또한 아이를 통해 부모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리더가 된다. 가족 구성원이 성숙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기까지 사랑을 주고 희생을 경험하며 더 나은 길로 인도하는 지도자다.

나라 전체로 봤을 때 부모가 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저출산을 극복하는 길이요, 공동체를 유지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되는 것을 강요할 순 없다. 특권을 누리라고 강제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다. 특권이 있어도 마다한다면 어쩔 수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부모가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이 내면의 상처 때문에 부모 됨을 두려워한다면 교육을 시켜주고,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양육의 굴레를 벗겨줘야 한다. 직장을 앞세운 기업환경이라면 가족 친화적 문화를 조성하고, 자녀의 특정시기만큼은 자녀에게 몰입하도록 법체계를 세워야 한다. 부모가 되는 것을 돕겠다며 국가가 부적절한 개입과 간섭을 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청춘남녀가 부모됨의 기쁨과 특권을 누려보지 못한 채 한 번뿐인 인생이 흘러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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