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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시민증은 단순한 디지털 신분증을 넘어, 신원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저장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기술입니다. 사용자는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전체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했던 기존 방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변화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신원 시스템 실증사업을 추진했으며, 2022년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앱 안에 신분증을 담는 수준을 넘어, 민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자 중심의 신원 인증 구조를 실현하려는 흐름입니다.
지자체들도 적극적입니다. 대구시는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대구체인'을 통해 디지털 시민서비스를 실증했고, 서울시는 '서울패스'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 인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두 개인정보 노출 없이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2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3%가 디지털 신분증이 더 편리하다고 답했으며, 64.5%는 보안이 충분하다면 일상에서도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20~40대에서는 80%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해 향후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시민증의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전 국민에게 디지털 ID를 발급해 행정, 의료, 금융, 투표까지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간 GDP의 약 2% 이상이 절감되고, 국민 1인당 800시간 이상의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물론 과제도 존재합니다. 첫째는 법제도와의 정합성 문제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서명법, 주민등록법 등은 분산 저장 방식이나 비대면 인증 방식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제도적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디지털 격차 문제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저소득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포용성과 접근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시민증은 '생활의 혁신'에 어울리는 기술임이 분명합니다. 신분증 하나로 병원 접수, 교통 할인, 문화시설 이용까지 가능한 사회. 그리고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 구조는 디지털 시대 시민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기술이 시민의 권리를 바꾸는 시대, 블록체인 시민증은 그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입니다.
<주> 루트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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