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이 다음 달 초 사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킬 수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밝혔다.
이 법안은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이달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지명을 강행하자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할 수 없고,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무조건 해야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은 임명되지 않았어도 7일이 지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되며, 기존 재판관 임기가 다 됐어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한다.
한 대행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또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면서 “이 같은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통상 수장이 참여한 '2+2 통상 협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대행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굳건한 양자 관계를 재확인했다"며 “우리 대표단은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대미 통상 협의에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한 것은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한미 양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이지만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과 호혜적인 통상 협의를 끌어낸다면, 굳건한 한미동맹은 번영의 경제동맹으로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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