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레오 14세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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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2  |  수정 2025-05-12 07:51  |  발행일 2025-05-1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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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난 8일 바티칸의 시스틴성당 굴뚝에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이 교황 레오 14세가 되었다.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그에게는 감동과 감화를 주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돕는 데 밤낮이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용하고 친절하고 겸손하고 인내력 있는 그의 성품이다. 그는 시카고 태생이지만 사목활동은 모두 페루에서 했다. 1985년 페루의 오지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을 하였을 때 그곳은 마오쩌둥주의운동 게릴라로 테러와 살인이 빈번하였다. 1998년에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2014년 다시 가난한 해안도시 치클라요에 가서 2023년까지 9년간 봉사했다. 이때 그는 주교가 되고 페루 시민권도 얻었다. 그는 거의 평생을 아우구스티노수도회의 수사로서 쌀자루를 져다 나눠주는 일까지 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바티칸으로 불러들여 전 세계의 주교를 선발·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그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못마땅했다.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이 한번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기독교신학에서 볼 때 정당화될 수 있다. 실제로 그 신학은 가족 보살피는 것을 첫째 등급으로 치니까" 이때 그는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타자에 대한 사랑에 등급 매기라고 하진 않는다"라고 하여 그 얼뜨기 주장에 일침을 놓았다. 작년에 바티칸 웹사이트에도 글을 올렸다. '주교는 왕국의 꼬마 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교는 섬기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받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가난한, 또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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