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불과 산사태,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재난에 대비해야

  •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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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1 18:03  |  발행일 2025-06-11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

이른 폭염과 예측할 수 없는 집중호우, 그리고 반복되는 가뭄은 더 이상 계절의 변덕이 아니다. 이제는 기후변화의 일상적인 결과다. 특히 여름철,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산사태 위험 또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의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 강수량은 1천414㎜로 평년 수준이었지만, 지역별로는 기록적인 강우가 잦았다. 부산, 양산, 안동, 상주 등지에서는 일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고, 안동의 경우 하루 211㎜가 쏟아졌다. 이러한 집중호우는 산림을 포함한 지역 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덮여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급경사지로 구성돼 있으며, 집중호우나 산불 발생 시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그 대표적 사례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며칠간 이어지며 10만 ㏊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그 뒤부터 시작된다. 산불로 파괴된 산지는 유기물이 타버려 식생이 회복되지 못하고, 표토가 노출되며 뿌리 구조도 사라진다. 결국 물을 머금지 못하고,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한 채 지표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대규모 토사 이동과 산사태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여름철의 국지성 호우가 이 상태와 겹치면, 산불로 인한 재난은 산사태라는 2차 재난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복합재난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인명과 생활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된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산림의 약 65%는 경사도 20도 이상의 급경사지로 분류된다. 특히 영남권은 산림과 주거지역이 맞닿아 있는 곳이 많아 피해 위험이 더욱 높다. 따라서 산불 피해지를 조기에 진단하고 사면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남부지방산림청은 경북, 울산 등 산불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 우려지를 긴급 진단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큰 지역에는 사방댐과 계류보전시설을 설치하여 침식과 토사 유출을 막고 생활권 보호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산사태 예·경보 체계를 점검하고 주민대피시설을 관리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산림청 역시 산사태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 3만여 곳을 지정하고, 대피소 1만2천여 곳을 점검하면서 사방사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기술적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며, 지역별 지질 특성과 강우량을 바탕으로 위험 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기관이 보유한 사면정보를 통합해 '디지털 사면통합 시스템'으로 고도화하며 예측력을 높였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 개개인의 대비와 관심도 필수적이다. 집중호우 시 TV, 라디오, 마을 방송을 통해 기상 상황을 확인하고, 평소 집 주변 배수로와 물길을 점검해야 한다. 대피소 위치, 비상 연락망을 사전에 숙지하고, 실제 재난 발생 시 신속히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훈련과 인식이 필요하다.


산사태는 갑작스레 찾아오지만,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재난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연쇄 재난 앞에서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과 산사태 예방에 함께 나서야 한다. 지금의 준비가 곧 미래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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