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대구경북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관세율을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면, 대미(對美) 주요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자동차부품과 철강 등 지역 수출업계는 벌써부터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일본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 부과하고, 일본이 5천500억달러(한화 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관세 협상의 쟁점이었던 자동차 관세는 지난 4월부터 부과받고 있는 25%의 세율을 절반인 12.5%로 낮추고, 기존 세율인 2.5%를 더해 최종 15%로 결정됐다.
미국의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에 대해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일본처럼 우리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관세를 낮출 가능성이 생겼다는 기대감과 함께 만약 일본 수준으로 낮추지 못한다면 일본 수출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대구와 경북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각각 4억1천800만달러와 9억1천800만달러에 달한다. 김현진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세를 낮추지 못하면 현재 대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부품 2~3차 협력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지역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알루미늄 분야는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자동차 관세 인하에는 성공한 일본이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부과되는 품목 관세 인하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 정부에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대해서도 관세 면제를 요청했지만 기존 50% 관세가 유지됐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관세율이 유지된다면 철강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포항 등 경북은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 정부는 무려 760조원이라는 값비싼 계산서를 치른 데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방위비 등 다른 분야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예측불가능하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조건이 무엇인지, 협상 테이블에 무엇이 오를 것인지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렵다"며 "우리나라 관세뿐만 아니라, 경쟁국들의 관세율도 함께 봐야 한다.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다면 FTA국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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