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관세 피했지만…대구 車부품 마진률 0 우려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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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1 03:29  |  수정 2025-08-01 03:30  |  발행일 2025-08-01
한·미 상호관세 25%→15% 낮추기로 합의
차부품 이익마진율 낮아 수익성 악화 우려
무관세 혜택 받아온 섬유·식품업계 발 동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대구 수출업계의 손익 셈법은 복잡해졌다.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자동차부품 등 일부 품목에서 가격 경쟁력 및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1일 정부는 3천500억 달러(약 487조원) 투자 등의 조건으로 한미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품목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어 자동차는 15%로 인하된 반면, 철강·알루미늄은 50%가 유지됐다. 2·3면에 관련기사


대구 수출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관세를 적용받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업계에선 한국이 일본·EU처럼 관세를 15%로 낮추지 못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컸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더 낮았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이번 합의로 주요 경쟁국과 동일 선상에 설 수 있게 됐고 수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15%)와 관련해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아 왔다. 이번 협상 결과로 우리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하던 일본·EU와 관세율이 같아져 가격 경쟁력에선 오히려 떨어진다는 평가다.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 악화는 결국 대구 수출을 떠받치는 차부품업계로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작년 기준 대구 자동차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4억1천800만 달러(약 5천800억원)에 달한다. 김현진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지역 차부품업계의 이익마진율은 2~3%로 굉장히 낮다"며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갭이 공급자 부담으로 이어지면 2~3차 협력업체의 이익마진율은 '0'에 수렴하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알루미늄을 원재료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의 후방산업과 기계부품 분야 수출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으로 관세부과 대상인 품목을 수출하는 대구 기업은 895개에 이르며 지난해 수출액은 10억6천만달러였다. 섬유·반도체 등 그동안 관세에 자유로웠던 품목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려던 식품업계는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차장은 "한미 무역 합의는 그간 한미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아 온 우리 기업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현지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대나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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