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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 간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
Q)■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 인문학이 시대적 조류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면 그 방향은 무엇인가
▣ 답안 작성을 위한 읽기
▶ 인문학의 존재 이유
인문학이란 사람이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며, 여기에는 문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등이 포함된다. 즉 인문학이란 인간의 정체성을 밝혀 주는 학문이다. 자연 과학이 인간과 대립된 존재로 여겨지는 자연을 대상화시켜 그 본질과 특성을 탐구한다면, 인문 과학은 인간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여러 학문들의 총체를 일컫는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이라는 종이 자신을 둘러싼 지평의 끝에서, 과연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그 특징을 밝혀내는 작업을 한다. 따라서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를 도와 주며, 인문학의 이러한 역할은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나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타자들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라는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인 인간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살아간다. 인간의 삶은 자기 존재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지니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문학은 지금까지 축적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문학은 인간의 정서와 사상을 상상의 힘을 빌려 문자로 형성화하는 예술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통찰하여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고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역사학은 인간의 본질적 특징인 기억을 다루고 있으며 과거 인간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 줌으로써, 내가 부딪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하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물론 지역이나 민족, 혹은 국가의 과거 역사를 밝혀 줌으로써 나의 삶을 규정해 주는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게 해 준다.
또한 철학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과거나 미래와 의미 있게 연결시키려 하는 이성적 동물인 인간에게 삶의 의미와 관련된 다양한 답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철학 역시 나와 다른 너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인간들의 의식과 행위 양식은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또한 문화 인류학은 인간의 근본적인 특징인 문화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알려 주며, 우리와 대별되는 다른 공동체의 사회 및 의식 구조를 밝혀 줌으로써 타자를 좀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나와 우리에 대한 이해력을 한층 높여 준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자를 통해 자기를 이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인문학의 실용적 가치
물론 인문학은 실용적인 가치도 있다. 사실 인문학의 한 분과인 인류학은 서양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즉 서양과 달리 기록 문화를 통해 그들의 역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소위 미개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 구조를 파악하고, 그런 이해의 바탕에서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생겨난 학문이 인류학이었다. 가장 인문학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 학문조차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에 철저하게 복무하였던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인문학에는 실용적인 가치가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
인문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광고 산업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데, 이를 위해 심리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상품 구입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 물건을 구입했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려면 인간의 심리 구조에 대한 이해가 빠질 수 없다.
또한 세계화가 진척될수록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해당 국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인문학은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다양한 학문 분과를 활용하여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 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 역시 인문학의 바탕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즉 가상의 적 비행기를 맞춰서 떨어뜨리는 초기의 단순한 게임과 달리 이제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 구조를 게임에 반영하여 게임 안에서 한 편의 인생이 펼쳐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게임에는 이야기 구조가 필수적이어서 각종 고전들을 재해석하여 게임의 줄거리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국지를 비롯한 각종 전쟁사들을 재해석하여 게임의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 인문학 무용론의 허점
이와 같은 인문학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무용론이 팽배해 있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직접적으로 이윤을 창출해 주는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 탓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 등 유통 인프라의 구축이 중요한 것처럼 당장 그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래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학문이다.
결국 자본주의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인문학의 연구 성과가 꾸준히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경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성장 잠재력을 낮추는 일이다.
또한 돈이 되지 않는다고 그 존재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다. 인간 사회에는 돈이 되지 않지만 사람의 존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공기, 산, 바다, 나무 등)은 돈으로 환산하기는 힘들지만 그것 없이 인간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생존에만 급급하여 빵만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는 '인문학적 존재'이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폐기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조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뿐만 아니라 후대인들에게까지 폭력적인 조치다.
만일 이러한 조치를 대통령이 나서서 한다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대통령은 그 당선 과정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잘 읽고 사로잡았기 때문에 당선이 될 수 있었다. 이는 곧 대통령이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즉 인문학적 자질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자신의 영광을 가능하게 한 인문학을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여 폐기하려는 시도는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발전에 족쇄를 매는 것과 같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 때의 행복은 비단 물질적인 풍요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까지를 포함한다.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고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문학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이라면 인문학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제도적, 물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 인문학의 나아갈 방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문학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문학이 위기에 놓인 것은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연구 공동체의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인문학이 변화해 가는 시대의 조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적 조류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정보화 사회와 디지털 사회의 도래, 탈권위주의 시대의 전개, 세계화 시대의 개막 등을 새로운 조류의 예로 들 수 있을 테고, 우리 시대의 과제와 관련하여서는 세대 간, 남북 간, 남남 간 갈등의 해소 방안 마련과 외국인과의 공존 등의 과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 조류에 맞추어 인문학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우선 정보화 사회와 디지털 사회의 도래와 관련해서는 새로이 확보된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인문학의 활동 공간을 넓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탈권위주의 시대의 전개에 걸맞은 인문학의 활동 방식이기도 하다. 그동안 인문학은 교수와 학생 간의 도제 구조, 지나친 아카데미즘으로 인해 대중들에게서 외면을 받아 왔다. 예를 들어 최근 불고 있는 문학이나 역사 서적의 증가는 텔레비전의 책 소개 프로그램이나 역사 프로그램의 등장이 주도하고 있다. (물론 이는 그 동안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중은 그 매력을 느낄 만한 공간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따라서 앞으로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문학의 연구자와 연구 공동체들이 대학 캠퍼스를 벗어나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와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그 주된 공간은 가상 공간인 인터넷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상에서 도제 구조를 벗어난 다양한 학문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이해 관계가 다른 이들 간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세대 갈등을 예로 든다면 인문학은 문학이나 역사학을 통해 부모 세대의 기억을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가르쳐줌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완화시켜 줄 수 있으며, 인류학은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화 형태를 연구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시대적 조류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다. 자신이 놓여 있는 환경과 관심 영역을 반영한 충실한 답변을 준비해 보자.
◇자료제공=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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