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무참히 깨진 귀농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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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07:54  |  수정 2017-12-08 09:47  |  발행일 2017-12-08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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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2009년 6월 전원 생활을 꿈꾸던 부부는 차량 운행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아내에 대한 음주측정 요구에 항의한 남편 A씨. 경찰관은 A씨가 팔을 꺾어 폭행하고 공무를 방해했다며 현행범 체포 후 검찰에 관련 동영상을 제출했다.

보통 동영상과 같은 강력한 증거가 있으면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기소한다. A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주장했고, 부인 B씨는 A씨를 위한 증인으로 출석해 “내 남편은 경찰의 팔을 꺾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B씨를 위증으로 기소했다. B씨가 위증 유죄 판결을 받고 교직에서 파면되고 보니, 부부는 처지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부인의 위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 A씨는 이번에는 위증죄로 추가 기소됐다. 법정에서 A씨는 “내 아내는 위증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법원은 A씨에게 위증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고, A씨는 항소했다. 거듭된 불복에 의문을 품은 재판장은 증거조사 방법의 객관화를 시도했다. 국과수에 영상감정을 한 것.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에 대해 화질개선을 해본 결과, 경찰관의 몸이 숙여지는 순간 A씨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보통 가해자의 시선과는 다른 것이었다. 법원은 “팔이 꺾이는 장면이 확인이 안 되고, (중략)”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8년간 부부는 악몽의 시간을 보내며 직업도, 꿈도 잃었다.

지난 11월28일 A씨는 재심사건에서 공무집행방해죄 무죄 판결을 추가로 받았지만, 공권력 남용의 그림자는 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불심검문의 한계는 무엇이고, 증거조사의 합리적 방법은 무엇인가.

불심검문은 정지(자동차검문 포함)와 질문(소지품검사 포함), 동행 요구의 3단계로 구성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근거를 둔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만 수사가 아니고, 특히 강제수사는 더더욱 아니다. 이 같은 경찰활동이 수사로 둔갑되거나, 특히 인신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로 발전하면 위법하다. 그리고 이 대상은 거동불심자이지, 귀농 중인 교사부부가 아니다. 정지와 질문은 임의의 수단이어야 하고, 떠나려 할 경우 설득을 넘어선 강제력은 쓸 수 없다. 동행 요구를 받게 되면 대상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고,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심리적 압박과 강제로써 동행하면 이는 강제연행이며 불법체포다. 나아가 경찰관이 도로교통법(제44조 제2항)에 따른 음주측정을 요구할 때에도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볼 상당한 이유 없이 측정을 강요한다면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이 되고, 음주측정거부죄(제148조의2 제1항 제2호)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본 건에서 재판장의 국과수 감정요청은 돋보였다. 앞으로 형사변호인의 증거신청을 형사법관이 자의적으로 기각할 수 없도록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불심검문을 비롯한 경찰력 행사의 남용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칫 단속관이 매복군이 되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한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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