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우선주, 변동성 확대 유의하라"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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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  발행일 2020-06-22 제19면   |  수정 2020-06-22
'우선주 광풍' 주의보
상위 20종목 주가상승률, 보통주의 10배 기록
순환매 장세 마지막 상황서 나타나는 현상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55개주 10% 이상 하락
"지금 투자, 폭탄 돌리기 뛰어드는 격"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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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470원 vs 74만4천원'

같은 회사의 주식 가격 차이다. 지난 17일 기준 삼성중공업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가 괴리율은 1만1천399%에 달했다. 삼성중공우(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사상 초유의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6월 들어 삼성중공우의 주가는 1천200% 이상 뛰었다.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우선주 급등 장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이후 지난 17일까지 우선주 주가상승률 상위 20종목의 주가상승률이 보통주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우선주와 보통주와의 평균 주가괴리율도 918%에 달했다.

거래소가 집계한 주가 상승률 상위 우선주 20개 중 등락률이 100%가 넘는 종목은 △삼성중공우 △일양약품우 △두산퓨얼셀1우 △한화우 △SK증권우 △KG동부제철우 △한화솔루션우 △SK우 △JW중외제약우 등 모두 9개다.

일양약품우는 6월 들어 주가가 359% 상승한 것을 비롯해 두산퓨얼셀1우(209%), 한화우(273%), SK증권우(248%), KG동부제철우(167%), 한화솔루션우(210%), SK우(123%), JW중외제약우(175%)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일명 동전주였던 SK증권우는 지난주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04억원으로 5월(2억2천400만원)보다 46배나 많아졌다. 일양약품우 역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94억원으로 5월(4억2천83만원)의 22배로 늘었다. 이외에도 △현대비앤지스틸우 127배 △SK네트웍스우 71배 △삼양홀딩스우 53배 △대호피앤씨우 52배 △KG동부제철우 35배 등 대부분 우선주가 5월에 비해 거래가 크게 늘었다.

우선주 상승세의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있다. '우선주 불개미'라 불리며 이미 높은 가격임에도 주가를 이끌고 있다.

최근 한달간 삼성중공업우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보면 개인투자자가 97.96%를 차지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0.38%·1.38%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시기(개인 42.01%·외국인 25.80%·기관 31.56%)와 비교해보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우선주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SK증권우의 경우 SK그룹 바이오기업인 SK바이오팜의 코스피 상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SK증권은 2018년 사모펀드(PEF)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가 인수한 만큼 SK그룹과 관련이 없는 종목이다.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 없고 배당 프리미엄

우선주는 흔히 거래하는 보통주와는 차이가 있다. 보통주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참여해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반면 우선주 주주들은 의결권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자배당·잔여 재산 분배 등 재산적 내용에서는 우선적 지위가 인정된다. 따라서 보통주와 우선주 가격의 차이는 대부분 우선주의 배당 프리미엄과 보통주의 의결권 프리미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우선주를 발행하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권의 영향이 없이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조금 더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우선주 투자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1980년대 후반에 집중적으로 발행된 우선주의 가격은 1993년까지 보통주와의 가격비율(우선주/보통주)이 90% 내외에서 형성되었다. 하지만 1994년 중반 이후부터 가격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50%에 이르기도 했다.

가격 비율의 하락은 △적대적 M&A우려에 따른 의결권 프리미엄 상승 △크지 않은 우선주와 보통주의 배당 자금 규모 차이 △우선주 유동성 위축에 따른 거래비용 증가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시가배당보다 액면가 배당을 많이 한다. 일반적으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1%포인트 더 배당 받았으며, 보통주를 상대로 배당을 지급할 때에만 우선주에도 지급했다. 이는 우선주의 배당 프리미엄 감소로 이어져 우선주의 가격도 하락했다. 점차 우선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소외됐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지자 결국 유동성 위축이란 결과를 낳았다.

1995년 12월 상법이 개정된 이후 발행된 우선주는 신형 우선주라고 볼 수 있다. 신형 우선주는 일정 기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최저배당률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신형우선주의 종목명에 '1우B' 또는 '2우B' 등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기업입장에서 우선주의 배당은 확정된 이자를 주는 채권(Bond)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B'가 붙었다.

◆이상 급등에는 이상 변동성 있어 주의 필요

전문가 사이에선 우선주 광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주 급등 현상이 순환매 장세의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SK증권 관계자는 "현재 오르고 있는 우선주 중에서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많이 없다"며 "게다가 우선주는 유통주식 수가 적어 가격 변동 폭이 크고 통상적으로 순환매 장세의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주가가 급등한 우선주들은 주가가 저렴하고 상장 주식 수가 적다는 점에서 투기 세력의 시세 조종이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중공우는 전체 상장 주식 수가 11만4천845주에 불과하고,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시가총액이 62억원에 불과했다. 투자자 몇 명이 수억원을 모아 높은 호가를 제시하면 충분히 주가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것이다.

예전에도 단기간 내 급등했던 우선주들은 곧바로 급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엔 한화·SK·CJ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제기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선주 급등 현상이 나타났으나 곧 거품은 사라졌다. 지난해 4월15~17일 3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던 한화우는 18일 하한가로 직행했고, 16~17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CJ씨푸드1우는 18일 26.62% 급락했다. SK네트웍스우 역시 15~17일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5일간 주가가 22.7% 빠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선주에 투자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최근 우선주 급등에 따른 투자주의보를 내자 급등하던 우선주들이 급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9일 우선주 55개가 10% 이상 하락했다. 남양유업우·KG동부제철우·JW중외제약2우B는 하한가까지 내려갔다. 남양유업우는 직전 3거래일간 상한가를 기록했고, KG동부제철우는 앞서 급등과 급락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18일 하루 거래가 중지됐다 이날 거래가 재개된 삼성중공우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시작과 함께 29.03%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반전해 20.43% 급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남선알미늄우(-28.82%)·DB하이텍1우(-28.79%)·넥센우(-27.92%)·CJ씨푸드1우(-27.85%) 등도 20% 이상 급락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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