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100% 재사용 시스템" VS "대기·토양 오염은 어쩔거냐"…영풍석포제련소 도입 '무방류 공정' 기대와 논란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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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4 07:31  |  수정 2021-03-24 08:57  |  발행일 2021-03-24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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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영풍석포제련소 무방류 설비 전경.〈영풍석포제련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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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4일 양기대(가운데) 국회의원과 김영선 경북도의원, 최대진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이 영풍석포제련소 시찰에 나서 무방류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제공〉

영풍은 우리나라 비철금속산업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1970년 석포제련소 가동을 시작해 1970년대 말 아연 생산 완전자립을 실현했고, 수출주도 기업으로 거듭나 현재 연간 35만t을 생산해 6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아연은 철의 부식을 막기 위해 자동차 강판·조선 재료·황동 등 매우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는 핵심소재다. 지난해 석포제련소 단일 공장 기준으로 1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향후 친환경 미래 첨단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목표로 무방류 공정을 도입했다. 금속공장으로 세계 최초다.

◆무방류 시스템 도입

오는 5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의 무방류 공정은 공정에 사용된 물을 전량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세계적인 수처리 회사인 수에즈테크놀로지가 설치 및 검사에 참여해 지난해 완공하고,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이 설비에 320억원이 들었으며, 가동 유지비만 연간 90억원이 들어간다.

석포제련소는 미국 텍사스의 가스 발전소인 헤이즈 에너지·과달루페·템플 등이 성공적으로 무방류 공정을 운영하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들 지역은 한국의 낙동강처럼 급수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도시에서 유입된 중수 수준의 하수를 재이용하거나 도시 폐수와 강물을 안배해서 쓴다.

석포제련소가 도입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무방류 공정의 한국화다. 해외의 경우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 편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공정 운용이 쉽다. 하지만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낙동강 일대는 비가 자주 오고 다습한 기후 특징을 갖고 있어 별도의 맞춤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제련소는 최근 7년 동안 사내 기술연구소를 통해 무방류 설비와 관련된 연구 개발을 진행해 왔고,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2018년에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 제련소측 주장
지하수 오염 차단시설 완공땐
낙동강 수질 걱정 덜 수 있어

■ 환경단체 주장
제련소 내 토양 정화 불가능
공장 이전·폐쇄만이 해결책

◆기대감과 우려 교차

제련소가 무방류 공정을 도입하고 주변 환경 개선에 본격 나서자 인근 석포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환경 오염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봉화 석포면 주민들로 이뤄진 석포제련소 현안대책위원회는 "무방류 공정 가동과 함께 지하수 오염 차단 시설이 완공되면 낙동강 수질 걱정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지하수 차집시설이 오염원을 사전에 차단하고, 여기에 모인 오염수들은 전량 회수해 제련소 무방류 공정에 투입된다면 오염 결과물까지 새로운 공정수로 투입하는 '100% 자원 순환 공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성배 제련소 현안대책위원장은 "무방류 공정이 모든 오염원을 차단할 수 없지만, 지하수 오염 차단 시설과 함께 가동된다면 낙동강 수질 오염 걱정은 덜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을 위해 설비되는 지하수 차집시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정말로 환경을 위하는지 묻고 싶다"며 하루빨리 설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행정 기관은 노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환경단체인 영풍석포제련소 대책위원회측은 "제련소가 무방류 공정 도입이 모든 오염의 해결책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무방류 공정과 지하수 오염 차단 시설은 제련소가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십 년 동안 대기오염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됐고 이로 인해 중금속이 낙동강으로 유입된 것인데, 오염된 토양부터 정화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기선 제련소 대책위원장은 "무방류 공정을 도입해도 불법적으로 버리는 사례도 있어 윤리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미 제련소 내 오염된 토양에 대해 정화가 불가능하니 이전이나 폐쇄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해결 과제 적지 않아

무방류 공정에 대한 환경단체 측의 지적인 '꼼수 운영'에 대해 제련소 측은 중단 없는 내부 혁신의 태세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무방류 공정과 지하수 오염 차단 시설의 운영 과정을 언제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방류 공정이 완전히 정착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토양오염의 경우 공장 내 토지정화 시한이 올 6월로 예정돼 있다. 제1공장 주변 하천의 경우 정화가 완료됐지만, 현행법상 토양오염의 정화 방법은 세척법으로 한정돼있어 가동 중인 공장 내 토양은 건물을 철거하고 정화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게 문제다.

결국 토양오염은 공장 하부 지하수 오염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무방류 공정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라도 환경 개선 과제에 대한 당국의 현실적 이해와 더불어 시민사회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제련소 관계자는 "무방류 공정과 지하수 오염 차단 시설로 낙동강 상류 수질 오염 제로가 목표"라며 "새로운 그린뉴딜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비를 시스템적으로 지속해서 개선할 것"이라며 "무방류 공정뿐만 아니라 대규모 환경 투자를 통해 지역 사회 성장 어젠다와 포스트 코로나 경제 부흥 어젠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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